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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해도 괜찮아1 (청소년 인권)

강가에버드나무 2011. 3. 22. 08:45

저자 김두식 교수는 책머리에서 '새로운 불편을 느끼기 위하여'란 타이틀로 이 책을 쓰게 된 배경에 대해서 설명합니다.

타이틀만 봐도 어느 정도 '감'이 오듯이 이 책은 초지 일관 인권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 놓습니다.

다양한 분야의 사회적 약자, 소수자들의 인권에 대해 문제제기 하고 그에따른 우리의 인권 감수성을 자극하고 있는 훌륭한

인권 교과서 입니다.

더군다나 이책을 한번 잡으면 놓을 수 없는 이유는 우리가 자주 접하는 영화와 드라마 속에서 표현되는 우리의 모습을 통해

인권을 이야기 하기 때문입니다.

인권을 '남에게 대접 받고자 하는 대로 남을 대접하라는 것'이라고 표현한 저자의 말처럼 다른 사람의 입장이 되어 봄으로서

우리는 인권에 대한 감수성을 좀더 끌어 올릴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요청과 경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의 동료교수들의 배려로 캔자스대학교 비치장애연구소에서 1년간

머물며, 이책을 집필한 저자의 노력에 박수를 보내며 가슴에 와닿는 내용들을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멋대로 해라> - 청소년 인권

-. 지랄 총량의 법칙은 모든 인간에게는 일생 쓰고 죽어야 하는 '지랄'의 총량이 정해져 있다는 법칙입니다.
    어떤 사람은 그 정해진 양을 사춘기에 다 써버리고, 어떤 사람은 나중에 늦바람이 나서 그 양을 소비하기도 하는데,
    어쨌거나 죽기 전까지는 반드시 그 양을 다 쓰게 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사춘기 자녀가 이상한 행동을 하더라도 그게 다 자기에게 주어진 '지랄'을 쓰는 것이겠거니, 생각하면 마음이 편해집니다.

-. 강남에서 학원을 운영하는 친구들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학원에서 아이들끼리 하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자기 부모를 주로 '이 새끼,. 저 새끼, 쌍놈, 쌍년'으로 호칭한다고 했습니다.
    '좆나, 씨발'은 이제 부사, 형용사의 수준을 넘어 "누구누구가 버스에서 졸라하고, 씨발하더라"는 식으로 동사화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우리 딸이 아파트 앞에서 친구들과 인사를 나누며 그런 표현을 써도 아예 못 들은 척 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 부모라는 '직업'에 필요한 것은 자녀에 대한 변함없는 사랑이지, 기대나 닦달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 딸아이와 '지랄전쟁'을 벌이는 동안 저는 이전에 보았던 교수 의사, 변호사 자녀들의 조기유학에 대해서도 새로운 관점을
   갖게 되었습니다. 외국에서는 멀쩡한데 한국에만 돌아오면 '지랄병'이 도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리 사회가 정상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명문대 진학을 목표로 사회 전체가 미쳐 돌아가는데 아이만 정상이기를 바라는 것이
   오히려 이상합니다. 
   학벌이 모든 것인 사회에서 아이들은 누가 압력을 넣지 않아도 공부에 과도한 부담을 느끼기 마련입니다.
   부모가 서울대를 나온 '똥 밟은' 아이는 똥 밟은 아이대로, 똥 안 밟은 아이는 안 밟은 아이대로 청소년기에는 누구나 도저히
   이겨낼 수 없는 압박을 느낍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조기유학을 떠나는 원인도 달리 찾을 수 있습니다.
    (....)
    하지만 여유있는 집안에서는 아이의 변화에 크게 당황합니다.
    명예가 소중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 할 수도 없습니다.
    남에게 비치는 우리 가족은 완벽해야 하는데, 그 완벽한 가족을 완성시키는 꽃은 뭐니뭐니해도 공부 잘하는 자녀입니다.
    그래서 모든 자원을 동원해 다른 출구를 찾습니다. 그렇게 찾아낸 길이 바로 조기 유학입니다.

-. 영화 '처음 만나는 자유(1999)'에서 볼 수 있듯이 1960년대 미국에서는 사춘기 딸이 말을 안 들으면 아예 '경계성 성격
    장애'로 진단해 정신병원에 넣어버리기도 했습니다.
    영화의 작가 수재너 케이슨의 자서전을 영화로 만든 것인데 그녀를 정신병원에 집어 넣은 아버지 칼 케이슨은 MIT 교수로
    케네디 행정부에서 외교, 경제, 안보 정책을 주도한 지성인 중의 지성인입니다.

-. 임순례 감독이 국가인권위원회와 손잡고 만든 영화 '날아라 펭귄' 3부의 주인공은 기러기 아빠 권과장(손병호)입니다.
    권과장은 동료들에게 기러기, 독수리, 펭귄 아빠의 차이를 자조적으로 설명합니다. 
    1년에 두번 정기적으로 아이를 보러 가는 아빠는 기러기, 돈이 많아서 수시로 드나드는 아빠는 독수리, 돈이 없어서 
    공항에서 손 흔들고 한번도 방문하지 못하는 아빠는 펭귄이라는 것이지요. 

-. 김기자는 어느날 외고 출신을 많이 뽑기로 유명한 대학의 한 교수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고 합니다.
   교수의 대답은 "시골 출신은 달랑 혼자서 입학하지만, 외고 출신은 그 학생을 키워낸 부모의 재력과 권력, 인간관계가 몽땅
   함께 입학한는 거잖아. 당장 기부금부터가 다르지. 김기자라면 누구를 뽑겠어?" 라고 했답니다.
   김기자는 장차관, 국회의원 집안 출신이 유난히 많은 신문사에서 오랫동안 편집국장을 지닌 대선배에게 "고관대작의
   자식들은 뭐가 다릅니까" 하고 따져 묻기도 했습니다.
    그 선배기자는 이렇게 되물었습니다. "김기자 클 때 아버지 책꽂이에 책이 몇권이나 꽂혀 있었나?  놀러 오는 아버지
    친구들은 직업이 뭐였나?" "책 구경이라도 더 했을 거고, 아버지 친구들이 다 중요한 취재원이잖아." 
    (....)
    김기자의 뼈아픈 고백럼 "우파는 자신의 아이를 떳떳하게 사교육현장에 보내고 좌파는 부끄러워하며 보내고" 있습니다.

-. 성인들에게는 당연히 허용되는 많은 일들이 청소년들에게는 허용되지 않습니다. 왜냐고 물으면 교육적 목적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교육적 목적이 '전가의 보도'는 아닙니다.
    규제하려는 사람에게는 구체적으로 어떤 교육적 목적을 위한 것인지를 논리적으로 입증해야할 책임이 있습니다.
    머리를 길러야 할 이유나 치마를 줄이고 싶은 이유를 학생들이 입증해야 하는 것이 아닙니다.
    기본권을 제한할 때는 제한 하는 사람이 그 이유를 입증해야 하는 것이지, 제한받는 사람에게 입증 부담이 돌아가서는
    안됩니다. 
    구체적인 이유를 제시하지 않고 학생들의 권리를 제약하는 것은 무엇보다 청소년에게는 기본권이 없다는 심각한 오해
    때문입니다. 학생들로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의 당연한 주체입니다. 이걸 인정하지 않는다면 우리나라는 자유민주주의
    국가가 아닙니다. 그런데도 성인들 모두 '청소년은 헌법상 기본권의 주체가 아니라'라고 미리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행동합니다. 따지고 보면 이것도 공부 때문입니다.
    염색을 하거나 머리를 기르낟고 공부가 안되는 것은 아닙니다. 파마를 하거나 치마를 짧게 줄인다고 두뇌 작동이 중지
    되지는 않습니다. 이런 제한들이 교육적 목적을 위한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염색, 파마, 치맛단 줄이기 등이 주의를
    분산시킨다는 믿음 때문입니다. (....)
    청소년기에는 주체할 수 없는 에너지가 있습니다. 그 에너지를 분출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에는 그런 여지가 전혀 마련되어 있지 않습니다. (....) 자연스럽게 놓아두면 1-2년 안에 지나갈 수 있는 것을 억지로
    누르니까 사춘기가 30-40년 동안 계속되는 것입니다. (....)
    중학교에 들어가는 순간 학생들은 하늘도 땅도 모두 막힌 폐쇄공간에 갇힙니다. 에너지가 최고조에 달하는 시기에 가장
    좁은 공간에서 억압만 경험합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공부를 계속해야 하고, 머리와 옷을 통한 개성표현도 제한됩니다.
    이건 그냥 죽으라는 겁니다. 그나마 학생들이 모두 죽지 않는 이유는 그 에너지가 지닌 독특한 복원능력 때문입니다.
    학생들은 이런 억압속에서도 치마를 줄이고, 방학 때면 염색과 파마를 하며 귀를 뚫습니다. (....)
    교육을 위한 제약이 있을 수 있겠지만, 그런 제약은 필요최소한도에 그쳐야 합니다. 지금 우리나라 중고등학교에는 
    불필요한 제약, 순전히 손쉬운 통제만을 위한 제약이 너무 많습니다. (...)
    불과 30년 전까지 우리나라는 길 가는 멀쩡한 어른들의 머리를 자르고 미니스커트이 길이를 쟀습니다. 그때는 그게 모두
    정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똑같은 일이 지금 학교 안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모두들 그게 정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먼저 학교에서 '학생도 어른과 똑같은 인간이다'라는 사실부터 인정하고 전체그림을 새로 그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우리 아이들을 살리는 출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