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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해지지 마

강가에버드나무 2011. 4. 11. 19:19


* 도서명 : 약해지지마, 지은이 : 시바타 도요, 옮긴이 : 채숙향, 출판사 : 지식여행, 인쇄일 : 2011. 2. 11(초판 11쇄)
   정가 : 9,900원


* 책 안에는 시바타 도요 시인에게 생일 축하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우편엽서가 들어 있습니다.


다음 까페... 어르신사랑연구모임(어사연)의 책소모임에서 4월달 권장도서로 추천한 이 책 '약해지지

마'는
1911년 6월생인 저자의 첫번째 시집입니다.

저자 시바타 도요씨는 거의 한세기를 살아오다 나이 아흔이 넘어 시를 쓰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런 저자는 현재 혼자 집에 거주하고 있는데, 도우미가 일주일에 여섯 번, 그리고 예순넷인 외아들

겐이치씨가 일주일에
한번씩 와준다고 합니다.

그런데 도우미나 아들이 집으로 돌아갈 때는 솔직히 외롭고 슬퍼진다고 고백하며 특히 아들 겐이치가

돌아갈 시간이
다가오면 우울해지면서 말도 없어진다고 합니다.

하지만 저자는 그럴때마다 이를 악물고 스스로를 다잡고 또 다잡으며 스스로를 설득한다고 합니다.

"약해지지마. 힘내, 힘내" 라고...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약해지지 마' 시를 옮겨 보겠습니다.

<약해지지 마>

있잖아, 불행하다고
한숨짓지 마

햇살과 산들바람은
한쪽 편만 들지 않아

꿈은
평등하게 꿀 수 있는 거야

나도 괴로운 일
많았지만
살아 있어 좋았어

너도 약해지지 마

비록 짧지만 그 모진 세월과 풍파를 경험했을 저자 시바타 도요가 쓴 시이기에 감동을 주는 메세지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저도 최근 남한산성 성벽 둘레길을 인코스로 돌고난 후 느낀 바가 있어 집에 와서 시를 써보려다가

결국...
산문으로 흐른 적이 있었는데...

여러 가지 많은 연상들.. 하고 싶은 말들, 전하고 싶은 감정들, 감동들, 이미지들, 상상들을 짧은 시로

표현한다는 것이
참 쉽지 않은 노릇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처럼 우리가 꿈에 바라는 100세된 어르신이 그 한세월을 압축하여 전달하는 그 메세지엔...

충분한 공감과 이해... 그리고 감동이 느껴집니다.

<추억Ⅱ>

아이와 손을 잡고
당신의 귀가를
기다리던 역
많은 사람들 틈에서
당신을 발견하고
손을 흔들었죠
셋이서 돌아오는 골목길에는
달콤한 물푸레나무 향기
어느 집에선가 흘러나오는
라디오의 노래

그 역의 그 골목길은
지금도 잘
있을까

이 시는 저자가 가장 좋아하는 시라고 합니다.

저자는 1911년 쌀집을 하는 유복한 집안의 외동딸로 태어났지만, 천성이 게으른 아버지 탓에 가세가

기울어 부지런한
어머니가 가사를 돌보면서도 여관 일을 돕거나 부업으로 바느질을 하며 생활을

꾸리고 저자를 키웠다고 합니다.


저자는 스무살때 친척의 소개로 결혼을 했는데 그 사람은 집에 생활비를 전혀 가져오지 않았고 서로

애정도 없어
결국 반년 남짓 지나 이혼을 하였다고 합니다.

10여 년간 여관이나 음식점 일을 돕고 부업으로 어머니께 배운 바느질을 하면서 생계를 꾸리고,

부모님과 셋이 살다가
서른세 살 때, 주방장이었던 에이키치와 결혼을 하였다고 합니다.

남편은 도박을 좋아해 저금을 하지는 못했지만 술은 마시지 않았고 생활비는 확실히 갖다 주었으며,

저자의 부모님까지
돌봐 주었다고 합니다.

그런 남편과의 사이에서 1945년 장남 겐이치가 태어났고, 남편과 둘이서 '건강이 최고'라는 바람을

담아 이름을
지었으며, 이 때가 저자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절이었다고 합니다.

그 당시를 떠올리며 쓴 것이 바로 '추억
Ⅱ'인데, 눈을 감으면 지금도 그때의 물푸레나무 향기와

떠들썩한 거리, 흘러나오던
멜로디가 떠오른다고 합니다.

다소 평범한 시라고 생각했던 것이 저자의 인생 배경을 이해하게 되니 자연스럽게 그럴 수도

있겠다는 공감대가 형성
됩니다.

<바람과 햇살이>

툇마루에
걸터앉아
눈을 감으면 바람과 햇살이
몸은 괜찮아?
마당이라도 잠깐
걷는 게 어때?
살며시
말을 걸어옵니다

힘을 내야지
나는 마음속으로
대답하고
영차, 하며
일어섭니다

저는 저자의 여러 시 중에 특히 이 시가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저도 나이가 들어서인지 요즘 건강을 생각하고 자연과 친해지려고 노력 중이다 보니...

자연을 이해하고 공감하며 서로 소통하는 분들을 보면 참 부럽기도 하고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아... 그런데 저자 역시 바람과 햇살과 의사소통을 하지 않습니까...ㅋㅋ

역시 무언가 초월한 분들은 자연을 벗삼아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는 거 같습니다.

'영차, 하며 일어섭니다'도 100여세가 된 저자의 모습이 연상되어 미소짓게 되는 멋진 표현인듯

합니다.


<약해지지 마2>가 출간 예정이라고 하는데... 참 기대됩니다.

시바타 도요씨... 화이팅입니다...^^

참, 참고로 저는 이 시집을 오늘 아침 출근길 지하철 안에서 다 읽었습니다.

한 20여분 걸린건데... 누구든 부담없이 금방 읽을 수 있는 것이 이 시집의 또다른 장점인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