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백두대간 1구간3(세석대피소~중산리탐방지원센터)

강가에버드나무 2013. 12. 24. 17:02

현재 시간 새벽 4시...

밤하늘에 총총한 별들이 일출을 볼수 있을 거란 기대감을 높여준다.

일출예상 시간은 새벽 5시30분경...

꼭 제대로된 일출을 볼수 있을거란 희망을 안고 이제 천왕봉으로 출발...^^

 

칠흑같은 어둠을 뚫고 앞사람, 뒷사람 헤드랜턴 불빛따라 꾸역꾸역 길을 오른다.

오전 4시 40분경 통천문을 지나는 중인데... 사진을 찍었지만 너무 어두워 잘 나오지 않는다.

 

새벽 5시가 못되어 드디어 해발 1,915m 천왕봉 도착... 여전히 어두워서 잘 안보인다.

천왕봉 비석 뒷편에는 '한국인의 기상 여기서 발원되다' 라고 새겨져 있다.

 

현재 시간 새벽 5시, 천왕봉 정상에서 바라본 동녘 하늘엔 구름도 거의 없이 쾌청...

제일 좋은 자리에 앉아서 해뜨기를 기다린다.

에어컨 같은 바람이 정말 시원하고 상쾌해 날아갈거 같다.

 

여명의 고요함이 멋진 장관을 이룬다.

 

점점 붉어지는 동녘하늘과 운무의 조화...

 

그저 장엄한 광경에 할말을 잃는다.

 

아직은 어두워서 셀카도 어둡다.

 

후진 핸펀 카메라로 이렇게도 찍어보고 저렇게도 찍어보지만 현장의 감동은 가슴속에만 남아 있다.

 

현재시간 오전 5시 30분경... 아직도 하늘은 어둡다.

 

하지만 일출을 바라보고 찍으니 환화게 잘 나온다.

제대로 씻지도 못해 까칠한 얼굴...

 

점점 밝아져 온다.

 

서쪽편으로는 지리산 자락 사이사이 짙은 운무가 일출과 어울려 장관을 연출한다.

 

혼자 뻘쭘하게 할게 없어 계속 셀카만...

 

태양의 이글거림이 절정에 이르렀다.... 곧 솟아오를 듯...

 

드디어 우리나라에서 두번째 높은 천왕봉에서 3대가 덕을 쌓아야 제대로 볼 수 있다는 일출을

내 두눈으로 똑똑히 목격하고야 말았다.

 

저리도 앙증맞은 일출이...

 

금새 커져 세상을 뒤덮어 버렸다.

 

일출을 정면으로 맞으며 셀카 한 컷...

 

이제사 다시 천왕봉 비석을 배경으로 기념 촬영을 해본다.

 

천왕봉에 오른지 1시간이 훌쩍 지났지만 장엄한 광경에 찍고 또 찍고...

내려갈 생각이 나질 않는다.

 

선계가 따로 있나... 이곳이 바로 선계인듯...

 

강렬한 햇살에 밤사이 지리산 자락을 휘감던 운무들이 빠르게 흩어지고 있다.

 

너무도 아름다운 지리산 자락...

 

얘는 혼자 돌연변이 나무인 듯 하여 찍어봤다.

벼락 맞은 고사목인지 아닌지...

 

오전 6시가 넘어서야 하산... 통천문까지 내려왔는데 기분이 이상해서 살펴보니 내가 가려는 하산길은

이곳이 아니었다.

에고에고... 다시 천왕봉으로...ㅠㅠ

 

천왕봉 바로 아래 중산리탐방지원센터로 내려가는 길이 보인다.

 

요리로 따라 내려가야한다.

 

끝없이 펼쳐지는 하산길...

 

천왕봉에서 중산리탐방지원센터 쪽으로 하산하다 만난 천왕샘...

'이곳 천왕샘은 서부 경남 지역의 식수원인 남강댐의 발원지 입니다.

이곳에서 솟구친 물은 덕천강을 따라 흘러, 남덕유산 참샘을 발원으로 하는 경호강과 남강댐에서

합류하여 남강을 이루어 낙동강으로 흐르게 됩니다'

 

지리산 산세를 감상하며 하산하는 길은 힘들지만 멋진 길이다.

 

가파른 산길을 하염없이 내려오다 보면 로타리 대피소와 만난다.

 

이곳에서 육계장에 햇반 말아 먹고 좀 쉬었다 간다.

 

하산길에 이런 출렁다리도 만나고...

 

칼바위도 만난다.

 

너무 더워 잠시 쉬었다 가고...

 

중산리탐방지원센터가 가까워지는 곳에서 시원한 계곡을 만날 수 있다.

중간에 내려가 시원한 물에 세수도 하고 생각 같아서는 목욕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참았다.

 

통천길이라... 하늘로 통하는 길...

 

이곳엔 중산리야영장이 인접해 있었다.

 

길을 잘못 들어 되돌아 온 시간까지 합치면 거의 4시간 이상을 내려온 끝에 드디어 중산리탐방지원

센터에 도착하였다.

 

지원센터 인근 버스 시간표에 중산리에서 10시40분에 출발하는 진주행 버스 표지판을 보고 에고...

지금 35분이니 다음 차를 타야겠다고 생각하고 천천히 걸어 내려갔다.

 

버스 정류장까지 한참을 내려가야 했다.

그런데 정류장에 버스 한대가 서있길래 혹시나 하고 달려가 물어보니 10시 40분에 출발하는 진주행

버스가 막 떠나려는 참이었다.

후다닥 매표소에 가서 티켓을 끊고 다행기 기다려준 버스 기사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린 후 버스에

올랐다.

 

 

산불방지기간에 걸려 건너 뛰었던 백두대간 제1구간(천왕봉~고기리삼거리, 도상거리 45km)을 대피소

예약관계로 역방향으로 걷긴 했지만 어쨌거나 무탈히 마쳤다.

산길을 걸으며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지리산을 찾을까"

"나는 왜 지리산에서 이렇게 땀 흘리며 걷고 있는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내가 지리산을 찾은 것이 아니라 지리산이 나를 부른 듯 하다.

나의 지친 영혼과 허약한 육체를 새로운 기운으로 채워주고 달래 주려고...

언젠가 아들넘과 노고단대피소에서 별들을 바라보며 밤을 지새고 천왕봉의 일출을 보러 꼭 같이 와야겠다.

3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는 천왕봉의 일출을 허락한 지리산...

지금부터 지리산은 나의 벗이자 스승이며 정신적인 안식처가 될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