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백두대간 5구간3(덕산재~삼도봉 전)

강가에버드나무 2013. 7. 13. 21:45

오전 7시 좀 넘어 출발해서 9시간을 넘어서고 있다.

 

이젠 체력도 바닥 나가고 너무 힘들다.

 

아직도 오늘 하룻밤 묵어갈 부항령까지는 두 시간 반 이상 걸어야 한다.

 

날이 더워도 너무 덥다.

 

그래도 아직 멀쩡해 보이네...^^;

 

백두대간 길에서 만나는 이런 데크 길은 마치 비포장도로에서 아스팔트 도로를 만난 거 같이 편안하고 안정을 준다.

 

이곳의 급경사를 데크 계단으로 잘 만들어 두어 내려가기가 그나마 훨씬 수월하였다.

 

아... 피곤한 내 다리처럼 쭉 뻗은 내 스틱...

 

오늘 정말 고생이 많구나...

 

거의 탈진하기 직전상태...

 

아직도 갈길은 멀고... 온몸에서 육수 몇 바가지는 퍼낸듯...

 

 

김천시라고 표기된 흰색 플라스틱 위에 보면 833봉이라고 누군가 써두었다.

 

그래서 아 이곳이 지도상에 표시된 833.7봉 이라고 생각하며 지나친다.

 

아~ 드디어 부항령이 800미터 남았다.

 

힘내자 으쌰~~

 

부항령 인근에 이르니 해인산장 표지판이 보인다.

 

이럴 줄 알았으면 가벼운 배낭으로 와서 해인산장 가서 자는 건데... 하는 후회아닌 후회가 밀려 온다...^^;

 

부항령 바로 아래로 삼도봉터널이 있고 팔각정이 있다.

 

전라북도 무주군에 속하는 부항령...

 

이곳에 가목재쉼터라는 예쁜 이름까지 붙인 산꾼에게는 아주 멋진 숙영지가 있다.

 

짜짠~~ 오늘 나 혼자 기거할 운치있는 팔각정...

 

팔각정 옆으로 바로 국도가 있지만 거의 차들이 다니지 않아 그닥 신경쓰지 않고

 

이곳에서 하룻밤을 편히 쉬었다.

 

도착하자 마자 너무 배고파 라면을 끓여 먹었는데 몸에 수분이 많이 빠져나가고 탈진 상태라 그런지 그닥 맛도 없고

 

피곤해 일찍 뻗었다.

 

오늘 산행 소감을 간단히 정리한 페이스북에 글을 보면 다음과 같다.

 

"오늘 내가 묵을 숙소는 전망좋은 산정상은 아니지만 나름 호텔급 팔각정이다.

주위를 밝혀 주는 가로등 불빛, 벤취, 쓰레기통, 화장실 까지 갖춰진 곳이다

오늘 도상거리 20km, 실제거리 26km를 걷는데 12시간 정도 걸렸다

당초 예상보다 무척 늦었는데 1250m급 삼봉산, 초점산, 대덕산을 올랐다 내려갔다 반복하면서 힘이 많이 빠진거 같다

나름 배낭 무게를 줄여보려고 텐트 플라이, 펙도 안가져 오고 먹거리도 최소한으로 가져 왔는데도 역시나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힘들었다

그냥 부항령에서 택시타고 민박집에서 자면 배낭 무게를 획기적으로 줄일수 있었는데...

야영에 대해 넘 욕심을 부린듯 하다

하여간 지금 나의 상태는 쓰러지기 일보 직전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야겠다^^ "

 

아침에 눈을 뜨니 안개가 자욱한 풍경이 멋지다.

 

때이른 단풍나무가 나의 눈길을 잡아 끌었다.

 

날이 덥기에 햇볕이 내리쬐기 전에 길을 서둘러 본다.

 

햇살이 무척 뜨거워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고 출발했는데... 땀에 범벅이 되어 요모양 요꼴이 되었다...ㅠㅠ

 

지금 다시 사진을 보니 참 치열하게도 산행을 했구나... 헐~

 

오늘의 첫번째 고지인 백수리산으로 향하는 중...

 

백수리산 정상에 있는 헬기장... 이곳에서 비박 하면 좋을 듯....^^

 

1,034m 백수리산에 도착하니 벌써 8시가 넘었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푹푹 찌는 더위와 생각보다 심한 고도차로 인한 체력 소진으로 고전이 예상된다


더군다나 물 이외엔 먹을 것이라고 과자 한봉지가 전부다.

우두령에 오후 6시 전에는 도착해야 김천에서 6시30분 막차 탈수 있을텐데 걱정이다...ㅠㅠ

 

 

항상 지나고 나서 사진을 보면 헷갈리는게 이게 내가 가야할 곳인진 지나온 곳인지 헷갈리다는 거...

 

아마도 내가 가야할 길을 찍은 듯 하다.

 

이제 나에게 남은 마지막 식량 하나...

 

셀카 찍으며 여유를 부리는 걸 보니 아직 죽을 정도는 아닌 듯 하네...ㅎㅎ

 

산 능선길에서 만나기 쉽지 않은 나무 계단 길...

 

날씨가 좋아도 너무 좋다...ㅜㅜ

 

몸은 퍼지고 물도 떨어지고 여기 누워 한숨 자고 갔으면 좋겠다.

 

현재 시간 정오무렵... 오늘의 최대 난코스 삼도봉(1,177.7m)를 불과 500미터 남기고 물도 먹을것도 체력도 바닥이 났다.
 

목적지인 우두령까지는 아직도 10km 이상 남았는데 도저히 정상적인 산행을 할수 없을거라 판단...

 

피눈물을 머금고 해인리 쪽으로 탈출을 감행한다.

 

해인리까지도 5km 이상 가야하는데 경사가 무척 급하다.

 

오잉... 삼도봉 산삼 약수터...

 

여기 약수에는 진짜 산삼 기운이라도 서렸나 하고 눈을 크게 떠 보았으나..

 

거의 마시기 어려운 수준의 수량으로 구경만 하고 패스~

 

가파르고 가파른 길을 계속 내려간다.

 

가파른 길이라 그런지 중간 중간에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나무 침대 같은 것이 있어 특이해 보였다.

 

내려가면서도 다음에 이길을 다시 올라오려면 무척 힘들겠다는 생각에 고개가 절레절레 흔들렸다.

 

한 40여분을 내려오니 운동장 같은 곳이 나타난다.

 

이곳에도 조그마한 산삼약수터가 있다.

 

부항천 발원지 물부리터샘이라는 기념비와 함께...

 

이곳에는 하류라 그래도 물이 조금 모여 있어 한사발 퍼 마셨다.

 

음... 산삼이 녹아들어 있길 바라며...^^

 

다시 하염없이 아래로 아래로 내려가는 길...

 

아까 운동장 같은 곳이 삼도봉 주차장이었구나...

 

앞으로 얼마나 더 내려가야 하나...

 

안내 지도의 거의 마지막까지 온거 같은데도 아직 해인산장은 눈을 씻고 봐도 안보인다...^^;

 

아~ 드디어 마을에 도착했다.

 

삼도봉을 500미터 남겨둔 곳에서 1시간 30여분을 걸어 내려온 끝에 드디어 해인리 마을에 도착한 것이다.

 

나는 해인산장에 들어가 식사를 하고 싶었으나 손님도 많고 1인분으로 먹을 만한 것이 없어 보여 일단 시원하게

 

콜라를 한병 병나발 불고 주인 아저씨가 불러준 콜택시를 타고 김천시외버스터미널로 향했다.

 

지난 육십령에서 빼재 코스가 가장 힘들었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나의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백두대간은 또 다른 난코스의 세계로 나를 이끌었다


매번 그렇지만 이번 산행을 통해서도 느낀게 많은데, 산행 코스 분석을 더욱 철저히 해야겠다는것, 박배낭을 매면

 

코스를 최소화해서 즐길수 있는 힐링 산행이 되도록 할것, 야영할 코스가 마땅치 않으면 먹거리와 물만으로 배낭을

 

최대한 가볍게 하여 장거리 산행에 나설것, 한여름에는 장거리 산행을 지양할 것...ㅠㅠ


하여간 지금 가장 먹고 싶은 건 팥빙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