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al Welfare

인권 없는(?) 인권 교육

강가에버드나무 2010. 7. 14. 17:40

작성일 : 2008. 9. 25 

최근 사회복지분야에서 인권이 무척 강조되고 있는 추세이다. 올해 보건복지가족부에서 실시하는
장애인복지관 평가 지표에도 국가인권위원회의 요청으로 인권교육 관련 문항이 포함되기도 하였다
. 필자가 근무하는 장애인복지분야의 경우 올해 4월 11일부터 시행된‘장애인 차별 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차법)로 인해 더욱 인권 문제에 각별한 유의를 기울이고 있다.


그러던 차에 얼마전 모 기관에서 이슈&테마 특강으로 사회복지분야 인권에 대한 교육이 있다길래
절차에 따라 한달여 전부터 신청하고 교육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교육일 하루 전에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모 수화통역센터에서 농통역사로 근무하는 청각장애인
한분이 교육에 꼭 참석하고 싶어 하는데 수화통역을 해줄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필자가 일하는 곳이 청각장애인복지관이므로 수화통역이 가능할 것이라 보고 통역을 부탁하는 듯 했다. 하지만 필자는
보통 때라면 당연히 돕겠으나 이번 교육은 기관 및
팀원들을 대표해서 참여하는 것이고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인권에 대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라 방해받고 싶지 않기 때문에 미안하지만 수화통역을 할 수는 없다고 거절하였다.

그러면서도 오죽했으면 나한테 까지 전화를 했을까 싶어 약간 우려스러운 마음을 금할 수는 없었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우려가 현실화 되었다.

교육장에 도착하니 주최측 담당자가 통역을 좀 해달라는 것이다. 오늘 강의를 맡은 교육 담당자가
청각장애인 분에게 교육 내용이 청각장애인을 고려하지 못했고 필요하면 관련 자료는 일체 메일로
보내주겠다며 미안함을 전해달라는 것이었다. 이런 내용을 전달하면서 자연스럽게 그 청각장애인과 인사를 나누고 이 번 건에 대해 얘기를 나누었다.


그 분의 말로는 교육 주최 기관에 수화통역사를 배치해 줄 것을 요청했으나 당장은 예산이 없어서
미안하지만 내년부터 반영하겠다는 식으로 얘기했다는 것이다.


그러다 시작된 교육은 인권에 대한 강사의 견해를 얘기한 후 인권 관련 단편 영화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물론 영화에 한글자막은 없었고 DVD에 있는 한글 자막을 띄워달라고 요청하였으나 한글 지원이 안된다며 대신 작품 해설집을 주었다. 다행이 단편 영화였고 해설집을 통해 전체적인 줄거리를 읽으며 옆에서 간단히 요약해서 통역해 주니 내용을 이해하는데 별 무리는 없었다. 하지만 그다음 이어진 교육은 인권을 생각해보는 사례를 아무런 시각적인 자료도 없이 칠판에 대략적인 그림과 설명 후 각 모듬별로 토론한 후 발표를 하라는 것이었다.

이때부터 필자는 수화통역사가 될 수 밖에 없었다. 통역 없이 청각장애인이 무슨 수로 토론에 참여할 수 있겠는가. 누구 보다 그 심정을 아는 필자는 결국 본인의 교육권을 포기한채 아니 박탈당한채 수화통역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이러한 상황이 더욱 기가 막힌 것은 이번 교육이 바로 인권에 대한 교육이고 담당 강사가 바로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나온 분들이라는 것이다. 물론 강사는 사전에 청각장애인이 교육에 참석한다는 사실을 몰랐기 때문에 미처 시각적인 자료를 충분히 준비하지 못한 것을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하고 추후
관련 자료를 일체 제공해 주겠다 거듭 미안함을
밝혔고 필자도 청각장애인 참가자분도 그런 상황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었으나, 이것이 우리나라 인권의 현주소가 아닐까 씁쓸함을 감출 수 없었다.

장차법에는 차별의 종류를 4가지로 구분하고 정당한 편의(장애인이 장애가 없는 사람과 동등하게
같은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장애인의 성별, 장애의 유형 및 정도, 특성 등을 고려한 편의시설ㆍ
설비ㆍ도구ㆍ서비스 등 인적ㆍ물적 제반 수단과 조치를 말함) 제공 거부를 명확한 차별로 규정하면서, 6개의 차별 금지 영역 중 재화와 용역의 제공 및 이용과 관련하여 정보접근 및 의사소통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물론 법이 시행되고 있으나 유예기간이므로 1년 후에나 적용될 것으로 보이나 최소한 사회복지분야에 대한 인권 교육에서 조차 차별받는 사람들이 생기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는 것은 필자만의 욕심일까?


<출처> http://sasw.or.kr/zbxe/302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