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al Welfare

자살... 그 소리 없는 유혹

강가에버드나무 2010. 7. 14. 17:56
작성일 : 2008. 12. 16

최근 연예인들의 잇단 자살과 모방 자살로 사회가 한바탕 홍역을 치루었다. 누구나 살아가면서 어떤 이유와 상황에 상관없이 그 소리 없는 유혹에 빠져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필자 역시 학령기 시절 그런 유혹을 느껴본 적은 있지만 실제 그것을 실행으로 옮기는 사람들의 심리상태에 대한 대처 방안 등에 대한 이해는 부족하기만 하다.

몇 년전 사회와 가족들에게 불만을 품은 한 청각장애인이 복지관에 방문했다가 급기야 옥상 난간에 올라가 뛰어내리겠다며 한바탕 소동을 부린 적이 있다. 평소 그분을 잘 이해하고 관계가 돈독했던 한 선배 사회복지사가 그분을 설득하고 위로하며 다가가서 끌어내리던 현장을 바로 곁에서 지켜 본적이 있었다. 그때 필자가 할 수 있었던 것은 단지 그 분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서 옥상으로 통하는 문 뒤에 숨어 상황을 지켜보다가 선배 사회복지사가 그 분을 끌어내릴 때 달려가 같이 도와드린 것 뿐이었다.

그렇게 몇 해가 지나 최근 평소 필자와 친분이 있던 한 청각장애 여성으로부터 장문의 유서 메일을
받았다. 평소 그럴 분이 전혀 아니었기에 무척 심각한 상황임이 인식되자, 머릿속에 무수한 생각들이 스쳐지나갔다. 먼저 어떻게 대처해야하는가? 이것이 시급을 다투는 무척 긴박한 상황인가 아니면
다소 시간적 여유가 있는 상황인가? 필자가 감당해야하는 일인가 기관 차원에서 대처해야할 일인가? 이것을 공식적으로 대응할 경우 그 분의 사생활과 인권이 침해될 소지는 없는가? 등 


한순간 판단이 서지 않은 필자는 우선 선배 사회복지사에게 조언을 구해 상황을 좀 정리한 후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외부전문기관을 찾아보았다. 포털싸이트에‘자살예방’이라는 키워드를 입력하니 대여섯개의 관련 싸이트가 보기 좋게 정리되어 있었다. 그 중 가장 관련도가 있어 보이는 기관으로 연락해 사정을 설명하고 자문을 구하니 지역에 있는 00센터를 연결해 주었다. 긴박한 상황에서 좀 당황스러웠지만 다시 00센터에 연락하여 상담원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초기 대응을 어떻게 해야할 지를 물으니 그다지 신뢰성 높지 않은 목소리로 필자도 알만한 내용만 반복할 뿐이었다. 필자는 무척 긴박할 수
있는 상황에서 그 분에게 계속 연락을 취해야 하는지, 거부할 경우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떤 식으로 접근해야하는지 등 실질적인 자문이 필요한 상황이라 답답하기만 할 뿐이었다.


일단은 그 분의 주소 하나만 들고 집으로 찾아갔다. 다행이도 집 안에서 신변 정리 중이던, 며칠 동안의 금식으로 초췌해진 그 분을 만나 그분의 눈물겨운 사연을 들어드린 후, 여전히 그 소리 없는 유혹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는 그 분을 불안한 마음으로 남겨두고 돌아왔다. 다음날 다시 다른 기관
으로 연락하여 실제 자살을 기도하는 분을 상담한 경험이 있는 분과 상의를 하였으나, 현재 잘 대처를 하고 있다는 지지만 받았을 뿐이었다. 주위의 친구 등을 이용해서 접근해보라는 조언만 할뿐 가족이나 본인이 도움을 요청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관여하기가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결국 그 분이 다니는 학교의 교수님과 친구 분을 통한 지속적인 연락과 관심의 합동작전을 펼쳤고,
4일 만에 그분으로부터 어려운 상황이지만 그래도 생각을 바꾸겠다는 메일을 받았다. 그러자 그동안 필자가 받았던 그 심한 압박감에서 비로소 해방될 수 있었다. 


청각장애, 남편과 시댁과의 갈등, 어린 자녀들, 유교적인 가풍, 연로하고 아프신 부모님 등 가족에게조차 본인의 어려움을 호소할 수 없었던, 주위에 그 누구도 그분이 그런 상황에 있다는 사실을 인식
조차 못한 채 혼자 신변을 정리하던 그분을 접하며, 10여년 이상의 사회복지 현장 근무 경력에도 불구하고 심한 무력감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스스로의 무지에 자성하면서도 사회적으로 그렇게 문제가 되고 있는 자살에 대한 대처 시스템이 너무나도 느슨하고 미약하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느꼈다.
경제적인 어려움과 사회적인 분위기로 청소년, 여성, 노인,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들이 하나둘 그
소리 없는 유혹에 빠져들기 쉬운 상황에서 그런 분들을 매일 현장에서 만나는 우리 사회복지사들의 많은 고민과 노력이 필요할 듯 하다.


<출처>
http://sasw.or.kr/zbxe/405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