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백두대간 8구간5(신선대 휴게소~늘재)

강가에버드나무 2015. 5. 26. 23:14

 

신선대 휴게소에서 조금 내려가다 보니 이런 돌계단이 나온다.

이걸 자연 친화적이라 해야하나 자연 훼손이라 해야하나...^^;

 

 

지금은 안보이는데 이 사진을 확대해서 보면 가운데 바위 위쪽으로 신선대 휴게소의 모습이 보인다.

 

 

저 멀리 문장대(우측 봉우리)가 보인다.

 

 

줌으로 땡겨보면 사람들이 문장대 위로 올라가 있는 것이 보인다.

 

 

문장대에 거의 도착할 무렵 헬기가 문장대 주변을 맴돈다.

저 앞에 보이는 문장대에서 목을 매었다는 분의 시신을 덮은 하얀 천이 눈에 띈다.

 

 

사람이 다치면 헬기가 뜨지만 사람이 죽으면 구조대가 온다고 들었는데... 헬기가 떴다.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구조대원 한사람이 먼저 헬기로 오른다.

 

 

뒤이어 시신을 받친 들것이 헬기로 올라간다.

 

 

해발 1028m 문장대...
이곳은 삶과 죽음의 선택이 교차하고 있다
나는 좀더 잘 살아보겠다는 선택을... 어떤 분은 이젠 그만 살겠다는 선택을...
어떤 선택이 옳고 그른지는 모르겠지만 사는 동안은 후회 없는 삶을 살수 있기를...
다시 한번 고인의명복을빕니다

 

 

속리산 산자락들이 사방을 감싸고 있다. 

 

 

문장대는 원래 큰 암봉이 하늘 높이 치솟아 구름 속에 감추어져 있다하여 운장대라 하였으나, 세조가

속리산에서 요양을 하고 있을 때 꿈속에서 어느 귀공자가 나타나 '인근의 영봉에 올라서 기도를 하면

신상에 밝음이 있을 것' 이라는 말을 듣고 찾았는데 정상에 오륜삼강을 명시한 책 한권이 있어 세조가

그 자리에서 하루종일 글을 읽었다고 하여 문장대라 불리게 되었다 한다.

 

 

산 능선을 뒤덮은 바위 군락들... 저 멀리 보이는 마을들...

 

 

쭉쭉 이어지는 산세들... 장엄한 느낌... 역시 자연은 위대하다.

 

 

이리 보아도 저리 보아도 온통 산산산...

 

 

언제나 나의 배경이 되어주는 산...

 

 

문장대 위의 바위들은 이처럼 물 웅덩이 같이 생긴 구멍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건 예전에 세워진 문장대 비석이란다.

 

 

내가 가야할 문장대->밤티재->늘재 구간은 자연공원법 제28조 제2항에 의거 출입금지 지역이다.

공원 자원보호 및 탐방객 안전사고 예방이라는 목적으로 위반하면 3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문장대 바로 아래 있는 이 헬기장과 연결되어 있는 출입금지 구역이 바로 밤티재로 하산하는 길목

이다. 처음엔 내려가는 길이 이곳이 맞는지 확인이 안되서 왔다갔다 하기도 했다.

국립공원이라 안내 리본이 눈에 띄질 않는다.  

 

 

저 앞쪽에 무인카메라가 출입금지 구역을 감시하고 있다.

조심조심 다가서다 사람이 없음을 확인하고 지나가려 하니 갑자기 여자 음성으로 빨리 되돌아 가란

식으로 안내 방송을 한다. 혹여나 어디선가 나를 지켜보고 있나 하는 생각도 했으나 안내방송인 것을 보니 내 움직임을 감지한 감시기계가 자동으로 안내를 한거 같다.

일단 무시하고 전진...

 

 

암벽 사이로 밧줄이 하나 내려와 있는데 이곳이 사진으로 보기엔 별거 아닌거 같지만 배낭을 매고

올라보면 어찌할 수 없는 굉장히 애매한 상황에 봉착한다.

구멍이 좁아 빠져나갈수도 그렇다고 잡을 곳도 없는 상태에서 바위를 타 넘어갈 수도 없는

어정쩡한 상황에서 나는 배안을 벗어 바위 위로 던져 올려놓고 맨몸으로 바위틈을 통과하였다.

 

 

배낭이 무거우면 올리는 것도 쉽지 않을 거 같다.

반대로 내려갈때도 좀 난감할 듯...

 

 

집채만한 바위 틈 사이로 삼면이 막혀있고 바닥엔 흙이 덮여 있는 야영하기 좋은 장소가 있다.

다음에 오면 이곳에서 야영을 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거 같다.

 

 

혼자 험난한 바위들을 오르내리다 길을 잃어 한바퀴 돌아 원위치를 했다.

길 안내 리본도 거의 눈에 띄지 않고 바위 군락 속에서 길을 찾는 것이 쉽지 않았다.

 

 

험란한 바위 능선... 잘못하면 크게 다칠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점점 위축된다.

 

 

문장대-밤티재 구간을 북진하면서 왜 대부분의 산객들이 이 구간을 남진하는지 알 거 같았다.

차라리 밑에서 올라가는 상황이면 바위 구간도 크게 문제될 건 없는데 암릉 구간을

위에서 밑으로 내려가려니 정말 위험하기도 하고 힘들기도 했다.

 

 

정말 속도가 안나던 구간... 가면서도 계속 이 길이 맞는지 조마조마했던 구간...

 

 

그 와중에 야간 산행 하는 팀이 붙여둔 거 같은 야광테이프가 눈에 띈다.

이 구간을 밤에...? 완전 죽음일거 같은데...^^;

 

 

저 바위를 지나 나무 뒷쪽으로 길이 있을거라고 누가 알겠나...ㅠ

밑으로 길이 나있길래 따라갔다가 길이 끊겨 여기저기 헤매다 다시 올라와서야 길을 찾았다.

그나마 길이 끊긴걸 다행으로 생각해야 할지도... 안그랬으면 이상한 곳으로 하산하여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었음이니...

 

 

그래도 많이 내려온거 같다.

 

 

바위에 붙어 자생하는 식물들의 모습이 신기하다.

 

 

가뭄에 단비 같이 반가운 안내 리본...

최소한 내가 가는 길이 잘못된 길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 잔뜩 위축되었던

마음이 한결 풀리는 걸 느낀다.

이 구간에서 너무 고생한 나머지 나도 안내 리본을 만들어서 다른 사람들의 산행에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이 강렬해졌다.

 

 

요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 하여간 암릉구간을 내려오는 내내 나는 미생이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순간 실수하면 이대로 인생을 하직해야 할지도 모를...

 

 

지도상에 2시간으로 표시된 문장대-밤티재 구간을 거의 3시간이 걸려서야 간신히 내려올 수 있었다.

 

 

저 언덕 넘어에 있는 감시초소를 우회하느라 이렇게 멀리 돌아 내려왔다.

 

 

늘재에서 남진하여 이곳 밤티재에서 몇 시간 동안 나를 기다려준 서성진 부장님...

 

 

서 부장님의 가이드로 감시초소를 피해 다른 길로 늘재를 향해 걷는다.

이 구간도 안내 리본이 거의 없어 혼자 왔다면 언제든 알바의 함정에 빠질 수 있는 힘든 구간이었다.

안그래도 힘든데 알바까지 하게 되면 쓰러질지도...

 

 

백두대간 산행에서 서부장님은 나에게는 최고의 든든한 가이드이자 지원군이다.

 

 

이번 8구간 산행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사진 한장 건졌다.

역시 찍어줄 이가 있으니 셀카로는 도저히 찍을 수 없는 사진이 가능하다.

 

 

힘도 들고 서부장님을 쫒아오느라 사진 찍을 새도 없이 날머리인 이곳까지 왔다.

 

 

새벽 5시 30분경 피앗재 산장에서 출발하여 오후 5시 30분경 늘재에 도착하였다.

어제 35,000 걸음에 이어 오늘은 36,700걸음...

일단 미생에서 완생했음에 감사할 뿐이었다.

 

 

힘이 많이 빠져 혼자였다면 어찌되었을지 모를 밤티재-늘재 구간을 함께 해준 서성진 부장님...

감사합니다...^^

 

 

근처 식당에 가서 나는 콜라부터 찾았다. 그리고 시원한 비빔국수로 배를 채웠다.

마당에 수도가 있어 세수하고 손발을 씻으니 내가 살아 있음이 실감나더라...

 

 

고속도로로 오다가 어느 휴게소에선가 쉬는데 일몰이 멋져 배경으로 한 컷...

내 얼굴로 인해 지는 해가 잘 나오지는 않았다. 석양만 찍은 사진은 넘 멋진데...

 

생사가 오락가락하던 고난을 극복하고 맞이하는 평온한 일몰...
해피엔딩으로 끝나서 정말 다행인 하루...
당분간은 무서울께 없을거 같다

 

 

지원 산행을 온 선배 산객답게 집 앞까지 와서 내려 주고 가셨다.

정말 감사할 뿐이다.

 

 

천왕봉, 비로봉을 거쳐 문장대에 올때까지만 해도 이번 백두대간 8구간을 큰 어려움 없이 잘 마칠줄 알았다
그러나 아뿔싸...
문장대에서 밤티재에 이르는 입산금지 구간 3.8km 중 일부 암릉 구간이 그렇게 난코스인지 미쳐

몰랐다
일단 안내표지가 없어 길을 찾기가 어려웠고 암릉구간을 통과하는 것도 만만치 않았으며 한발만 잘못 디디거나 실수하면 천길 낭떨어지가 기다리고 있으니 심리적으로 위축 되어 긴장감이 팍팍...
내려오는 내내 이 구간을 다 내려가기 전까지 나는 미생이란 생각이 들 정도로 정말 힘든 구간이었다
밤티재에서 내 인생의 태극귀인 서성진 부장님을 만나고 나서야 이제 살았다는 사실이 실감났다
밤티재에서 늘재 구간도 길을 찾기 어려운 곳이었는데 서부장님의 가이드 덕분에 무탈히 8구간

종주를 마칠수 있었다
하여간 이번 산행도 깨달은 것이 많은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인생이라는 종주길과 백두대간 종주길은 많은 부분 닮아 있는듯 하다
살아 있음에 감사하며 이번 산행을 마무리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