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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프맨 4권 - 고령자 성문제 편

강가에버드나무 2010. 9. 26. 02:22

Riki Kusaka 저/ 이주련 역, 학산문화사, 2005. 10. 15, 3,800원




<줄거리>

헬프맨 4권은 노인그룹홈 '우리집' 입거자인 마사루씨가 한밤중에 야동을 보면서 자위행위를 하고
있는 것을 헬프맨의 주인공 모모타로의 고교 동창생이자 그 시설의 플로어 장(간호복지사)으로
근무하고 있는 호라이 미노리가 목격하면서 시작됩니다.


미노리는 그 사실을 홈장(간호사)인 사카모토 리츠코 및 동료들에게 얘기하고 모모타로는 마사루
씨가 보던 성인 비디오를 빌려준 것이 본인임을 말하며, 항상 축 쳐져 있던 마사루씨가 성인 비디
오 코너를 모시고 가니 단박에 '현역 남자의 얼굴'로 돌아 왔다며, 비디오 조작도 금방 익혔노라고
말합니다.


황당해 하는 직원들에게 모모타로는 자위가 금지된 것은 아니지 않냐며 입거자 분들이 즐겁게
지내시도록 부추겨 드리는게  헬프맨의 일이 아니냐고 반문합니다.


그룹홈이란 어느 정도 스스로 활동 가능한 경증 인지증(2004년 12월 24일 후생노동성은 치매증
을 인지증으로 개정함) 고령자를 대상으로 하며, 입거자가 살던 지역안에 있으며, 소규모이고
가족적인 것이 장점인, 간호인이 딸린 아파트랄까 공동생활소 같은 곳입니다.


미노리는 마사루씨가 함께 거주하는 미츠씨에게 작업을 걸고 여느때는 반밖에 안먹던 식사를
다 먹는 등  활기를 띠는 모습에 뭐가 옳은 건지 혼란에 빠집니다. 
이때 갑자기 들이닥친 마사루씨의 부인은 방에서 여자 사진을 떼어내며 죄송해 하는 직원에게
"상관없어요.... 그 양반은 더 이상 남자도 아닌 걸, 뭐!" 하고 돌아갑니다.


홈장에게 비디오을 빼앗기고 부인에게 남자도 아니라는 말을 듣고 기가 푹 죽은 마사루씨를 자극
하기 위해 모모타로는 일부러 시즈코씨가 목욕하는 곳으로 마사루씨를 데려가고 이 때문에 미노
리에게 따귀를 맞습니다.


미츠씨는 스커트에 루즈를 칠하고 나타나고 시즈코씨는 방문을 걸어 닫고 나오지 않습니다.
이에 노인의 성에 대한 자료를 찾아보던 미노리는 남성 노인이 성적욕구가 높은데 비해 여성
노인은 성적욕구가 거의 없음을 모모타로에게 설명하지만 모모타로는 통계적인 수치를 받아
들이지 않습니다.


마사루씨는 예뻐진 미츠씨와 화장실에서 성관계를 하게 되고 이를 화장실 밖에서 엿듣게된
모모타로는 역시 미노리가 얘기한 그 조사 수치는 틀렸다며 남자도 여자도 성관계를 원한다고
말합니다.


방에서 예쁘게 단장하고 나온 시즈코씨... 모모타로와 다정하게 장을 보러 다녀오고...
화장실에서 미츠씨의 팬티를 발견한 홈장 리츠코는 모모타로로 부터 마사루씨와 미츠씨가 섹스를
하게된 사실을 알게 되고 그 사실을 이사장에게 보고합니다.
미노리는 그러한 상황을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할지 혼란스러워 하고 솔직히 마사루씨의 자위 행위
를 보고 역겨웠다고 말합니다. 


그러던 와중에 마사루씨는 한밤중 시즈코씨의 방으로 들어가 거부하는 시즈코씨와 성관계를 하고
다음날 할머니를 만나러 온 손녀와 딸에게 시즈코씨는 만나려 하지 않고 이불 속으로 숨는 등
이상한 행동을 보입니다. 
미노리와 모모타로는 가족에게 시즈코씨의 증상에 대해서 거짓 해명을 하지만 시즈코씨의 딸이
마사루씨와 미츠씨가 화장실에서 성관계를 하는 모습을 보과 충격을 받아 집으로 뛰쳐 갑니다.


집에서 남편에게 그 사실을 말하던 시즈코의 딸은 자기의 엄마 역시 같은 상황에 쳐했음을 직감
하게 되고 그러한 일들을 직원들이 묵인하고 있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이러한 사실들을 목격한 홈장 리츠코는 이사장의 지시에 의해 마사루씨를 퇴출함과 동시에 모모
타로 역시 해고합니다. 그리고 마사루씨가 시즈코씨를 겁탈했다는 사실은 가족들에게 철저히
비밀로 부칠 것을 요구합니다.


하지만 모모타로는 인지증인 마사루씨가 영문도 모른채 정든 곳에서 쫒겨나면 불안과 공황으로
순식간에 무너질 거라며 소리를 치든가 발작을 해서 구속이라도 당하는 날엔 식물인간처럼 될
거라며 극렬 반발합니다.
그러나 마사루씨의 가족이라곤 꼬부라진 늙은 부인 한사람 밖에 없는데 집으로 돌려 보낼 수도
없고 이런 문제를 만든 장본인이 모모타로임을 지적합니다.


밖으로 뛰쳐나가는 모모타로를 따라온 미노리에게 갑자기 키스를 시도하고 한대 얻어 맞은 모모
타로는 그것보라며 미노리에게 시즈코씨는 마사루씨에게 겁탈을 당한게 아니라고 말합니다.
그리곤 할머니, 할아버지는 인생의 달인들이라고... 성에 눈떴다고 억제가 안될 정도로 무모하진
않다고... 마사루씨만 희생되어선 안된다고 말합니다.


시즈코의 딸은 그룹홈에 방문해 엄마 방에 잠금장치를 해줄 것을 요구하고 수간호사로서 사람들
에게 존경 받던 엄마가 치매란 사실도 충격적인데... 그 나이에 남자와 성관계를 한다는 건 수치
라고 생각합니다.
시즈코씨의 가족이 눈치 챘음을 알게된
리츠코는 이를 빨리 처리하기 위해 마사루씨의 부인을
찾아가 마사루씨를 더 좋은 시설인 특별양호 노인홈으로 옮길 것을 권유합니다.


그룹홈 입거자들로 부터 공인된 커플로 인정받은 마사루씨와 미츠씨...
입거자들낄 음담패설을 나눌 정도로 분위기가 화기 애애한 상황에서 마사루씨가 다른 시설로
옮겨가고... 낯선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급격히 상태가 안좋아진 마사루씨는 급기야 사경을
헤매다 사망하게 됩니다.


갑자기 보이지 않는 마사루씨를 찾아 미츠씨는 서성이고... 시즈코씨도... 입거자 모두가 술렁이게
되고 모두의 인지증 상태가 급격히 악화되기 시작합니다. 
결국 미츠씨의 정서불안으로 인해 입거자들의 문제행동의 연쇄, 증폭이 발생한다고 생각한 시설
직원들은 입거자들의 기분을 전환할 여러가지 방안을 강구하던 중 마사루씨의 부고를 접하게
됩니다.


장례식장에서 만난 리츠코, 미노리, 모모타로...
마사루씨의 부인으로 부터 마사루씨가 임종 직전에도 부인을 다른 여자로 알고 유혹하여 부인이
마지막 임무라는 생각에 침대에 오르니 가슴을 주무르고 했다며 "인간은 죽을때까지 남자는 남자,
여자는 여자야. 좀더 일찍 깨달았더라면 그 양반과도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었을 텐데..."라는
후회섞인 얘기를 듣게 됩니다.


모모타로는 마사루씨의 부인에게 죄송해 하는 홈장 리츠코에게 다 알고 있었으면서 이제야 깨달은 것처럼 하지 말라며 앞으로도 문제가 있을때 마다 내 쫒고 책임을 전가할 거냐며 따집니다.
그럴 거면 프로 따위가 무슨 필요가 있냐며... 이에 리츠코는 그 마음은 이해하지만 간호엔 이상을
실현하기 위한 만능 매뉴얼도 정답도 없다며 딜레마와의 영원한 싸움이라고 말합니다.
몸을 사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용자들을 위해서 정말 이게 최선일까 불안해하면서도 안전책을
취할 수 밖에 없다며...


모모타로는 당신들의 남은 시간으로 시간표를 짜지 말라며 오늘 불가능한 일은 내일은 더 불가능
해지므로 언제나 오늘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며 최대의 기회임을 역설합니다.
그리고 간호를 하면서 가장 괴로운 것은 삶을 포기한 채 무표정한 눈을 보는 것이기에 간호인의
의도대로 움직이지 않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너무 좋다고 말합니다.


시즈코의 딸이 그룹홈을 방문했을때 입거자들이 단체로 마을 노인회와 친목회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되고 그 곳에서 다른 남자 어르신과 춤을 추고 있는 엄마의 모습을 목격하곤 집으로
데려가려 합니다.
그 모습을 보던 리츠코는 시즈코씨를 다른 시설로 옮기려는 딸에게 누구의 인생이냐며 오늘 엄마
의 얼굴이 노인의 얼굴이었는지 딸처럼 여자의 빛을 발했는지를 물었습니다.


시즈코씨는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 바닥에 쓰러져 잘못했다며 울고 이를 보던 미츠씨가 시즈코씨
의 딸을 향해 말합니다. 
"그런 젊은 사람이 우리 같은 늙은이들 마음을 알기나 해?"
그러자 시즈코씨는 "그래도 걱정 끼치는 건 가엾은데..." 라고 말을 받습니다. 
리츠코는 시즈코의 딸에게 노인들이 단 한번 뿐인 인생을 마지막까지 당당하게 살길 바라는
그 꿈을 어느샌가 잊고 있었다며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입거자들 주체의 홈을 만들어 보겠다고
말합니다.
물론 장난삼아 성을 자극하지는 않겠지만 인간으로서 당연한 일을, 있는 그대로... 하겠다는
여운을 남기며 그렇게 4권은 마무리 됩니다. 


<감상평>

최근 우리 사회에서도 어르신의 성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된 적이 있고 현재도 진행형이라고
생각됩니다만, 여
기서 제가 잘 알지 못하는 노인의 성문제에 대해서 장황하게 늘어 놓고 싶지는
않습니다.

다만,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핵심에 대해서 얘기하고 싶습니다.
 
전 헬프맨 4권에서 제시된 노인의 성 문제 자체 보다는 그 배경에 있는... 어르신의 자기 결정권,
행복 추구권 등 기본적인 인권 문제와 자주성을 살릴 수 있는 방안에 주목하게 됩니다.


무력하기만 하던 마사루씨와 미츠씨, 시즈코씨 등이 성적 에너지를 통해 자기결정권을 행사하고
보다 자주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다면 이를 긍정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법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물론 시설 관리자나 운영자의 입장에서는 홈장 리츠코 처럼 이것이 우리의 최선일까 하는 의문
보다는 보다 안전한 방법을 찾게 된다는 점을 이해하지만...
그럼에도 현실과 이상에서 오는 딜레마 상황을 잘 조절해 나가야 하는 것이 전문가라 생각
됩니다.  


예전에 청각장애어르신들 프로그램을 6년 정도 진행하면서 120-30여명의 어르신들을 모시고
외부 현장체험 활동을 수십회 진행한 적이 있었습니다.

제가 보기에 우리 어르신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은 뭐니뭐니해도 차 타고 여행 가는 것이었기
때문에 이러한 어르신들의 욕구에 적극 부응하고자 각종 외부 프로포절을 신청해 정말 많이 놀러
(?) 다녔습니다.


그런데 다른 기관에서 어르신들 모시고 갔다가 사망 사고가 난 적이 있었는데... 그런 일이 생기고 나면 어르신들 모시고 나가기가 무척 꺼려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런저런 안전 문제를 신경써야 하고 어르신들의 개별 행동을 더욱 통제 해야하고 이건 뭐 놀러
가는 건지... 감시하러 가는 건지... 이건 아니다 싶을 때도 있었습니다.


어르신들이 코흘리개 아이들도 아니고 너무 개별적인 행동이 아니라면 전 어느 정도는 프리
하게 풀어 드렸습니다.

사전에 답사 하면서 인솔할 동선도 짜고 계획은 세우지만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어르신들이
원하시는게 있으면 얼마든지 융통성을 부려 조절해 드렸습니다.


버스 안에서도 신나게 놀고 싶으신 분들은 차 한대로 몰아 그야말로 묻지마 관광 수준으로 차안
에서 기분 좋을 만큼의 술도 제공하고 신나게 춤추고 노실 수 있게 해드렸습니다.
만약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겠지요...^^


결과론적으로는 다행히 그 어떤 사고도 없었기에 저도 기관의 방침(안전)과 어르신들의 욕구
(자유롭고 즐거운 여행) 사이에서 떨어지지 않고 줄 타기를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도 어르신들은 제가 프로그램을 맡았을 때가 가장 즐거웠다고 하시며 내년에는 꼭 다시
어르신 프로그램을 맡아달라고 사정(?) 하시곤 합니다...ㅎㅎ


이 책에서도 기관의 입장을 대변하는 홈장 리츠코와 어르신의 입장을 대변하는 모모타로가 정면
으로 충돌하게 됩니다.

그 결과 담당자인 모모타로가 쫒겨나고 어르신들 역시 피해를 입게 됩니다.
하지만 모모타로는 어르신들의 자기결정권, 자주성의 중요성을 온 몸으로 옹호하며 결국 홈장
리츠코가 어르신들이 주체가 되는 그룹홈을 만들어 가겠다고 생각할 수 있도록 영향을 줍니다. 


제가 스스로 생각하기에 어르신들에게 잘 하는 게 세가지가 있습니다.
어르신들을 뵈면 무조건 밝게 웃기, 먼저 인사하기(가능하면 안아드리거나 손을 잡아드리고 경우
에 따라서는 정중하게 인사드립니다), 짧게라도 관심 가져드리기(간단한 질문, 칭찬 등) 입니다.

뭐 특별한 방법은 아니지만... 제겐 나름 이유가 있습니다.

우리 어르신들을 내일 다시 보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항상 오늘이 마지막 뵙는 것일 수 있다는 생각으로 항상 어르신 한분 한분과의 만남을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모모타로가 한 말이 더욱 가슴에 와닿습니다.
"당신들의 남은 시간으로 시간표를 짜지 마세요. 오늘 불가능한 일은 내일은 더 불가능해지므로
언제나 오늘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며 최대의 기회입니다"



안그래도 지난번 줄거리만 써두고 오늘 감삼평을 쓰려고 했는데... 마침 오늘자(9월 29일) 메트로에 나온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