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이 : 이외수
그린이 : 정태련
펴낸곳 : 해냄출판사
인쇄일 : 2010년 4월 30일
정가 : 12,800
이 책의 제목 '아불류 시불류(我不流 時不流)'는 내가 흐르지
않으면 시간도 흐르니 않는다는 뜻으로 이외수 작가는 "그대를 사랑하기 전에 내가 겪었던 일들은 모두 전생이었네" 라는 화두를 던지며 총 5장의 테마로 구성된 짧은 단상을 담은 글들을
엮어 나갑니다.
한번은 책을 읽다가 마음에 드는 글이 있어 아침에 출근하자
마자 트위터에 접속하여 글을 작성했는데..
아 글쎄... 딱 140자에 들어맞는 걸 보면서 이 글들이 트위터에서 작성된 글들을 모은 거 구나 라는 생각이 번쩍 들었습니다.
저도 이외수 작가 처럼 이런 짧은 글들을 트위터에 올려 난중에 책으로 제작해보고 싶다는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제가 이 책의 많은 글들 중에서 특히 마음에 와닿은 글 몇 편을 골라 보았습니다.
'술 한잔 마시자'라는 표현이 '술 한잔 꺽자' 라는 표현으로 변하고, '밥 한번 사겠다'라는 표현이 '밥 한번 쏘겠다'라는 표현으로 변했다. '웃었다'라는 표현은 '뿜었다', '터졌다'로 통용된다. 세상이 척박해지고 사람들이 공격적으로 변했다는 증거다.
-> 이외수 작가의 대단한 점이 바로 이런 것입니다. 사소한 일상의 행동을 관찰하고 거기서 날카로운
통찰이 번뜩입니다.
저도 앞으로는 "밥 한번 쏘겠다"는 말 대신 "밥 한번 살께"라고 순화해서 사용해야 겠습니다...^^;
"행복해지고 싶으신가요. 계절이 변하면 입을 옷이 있고 허기가 지면 먹을 음식이 있고 잠자기 위해 돌아
갈 집이 있다면, 마음 하나 잘 다스리는 일만 남았습니다"
-> 참 기가 막힌 명언입니다. 저의 방향성과도 익히 비슷한....
이 세상에 나만 그런 생각을 갖고 있는 건 아니라는 동질감을 팍팍 느끼게 해주시는 작가님...ㅋㅋ
"대한민국 정부가 진실로 녹색성장을 꿈꾼다면 먼저 갈색으로 변해 있는 대한민국의 젊은이들부터 녹색
으로 바꾸는 일에 주력해야 한다. 자연은 가만히 내버려두어도 녹색으로 성장한다"
-> 참으로 문제의 본질을 꿰뚫는 통찰력이 돋보이는 글입니다.
저역시 자꾸 회색으로 변해가는 듯한 저를 녹색으로 바꾸는 작업에 착수해야 하겠습니다.
"사랑이 현재진행형일 때는 서로가 상대에게 애인으로 존재하게 되지만, 과거완료형일 때는 서로가
상대에게 죄인으로 존해하게 된다. 하지만 어쩌랴. 죄인이 되는 것이 겁나서 이 흐린 세상을 사랑도 없이 살아갈 수는 없지 않은가"
"돈이 그대에게 오도록 만들고 싶은가. 그러면 사람이 먼저 그대에게 오도록 만들어라. 사람을 곁에 머무르게 만들 수 없다면 어찌 돈을 곁에 머무르게 만들 수 있겠는가"
-> 그래서 제가 돈이 없나 봅니다....ㅠㅠ
"한밤중. 우울이 주렁주렁 열리는 나무에서 잘 익은 우울 한개를 따서 껍질을 말끔히 벗겨내고 믹서에
갈아 절망의 분말을 한 스푼 정도 섞은 다음 한 컵 정도의 쓰디쓴 그리움과 혼합해서 마시면 자살충동이 배가됩니다"
-> 누가 가장 고통없이 가는 방법은 수면제 먹고 비닐봉투를 뒤집어 쓰는게 아닐까 하던데...
자살충동이 배가 되는 방법은 이게 가장 확실할 듯 하네요...^^;
"냉장고 문을 열때 멍 때릴 때가 많다. 도대체 무엇을 꺼내려고 냉장고 문을 열었는지 생각이 나지 않는다. 안녕. 냉장고 속에 들어 있는 식품들한테 인사를 던지고 냉장고 문을 도로 닫는다. 냉장고가 중얼
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싱거운 놈"
-> 요즘 저에게도 비슷한 증상들이 생기고 있어 남에 일 같지가 않습니다...ㅋㅋ
"평소 잘 알고 지내는 집사님 한 분이 제게 그림을 한 장 그려 달라고 간곡히 부탁하셨지요. 저는 연꽃을 한 장 그려 드렸습니다. 그러자 집사님은 불교적인 꽃이니 다른 것을 그려 달라고 하셨습니다. 제가 말했지요. 연꽃도 하나님이 지으신 꽃입니다"
-> 저도 기독교인이지만 교회가 너무 배타적인 측면이 있는거 같습니다.
이런 생각 자체가 저의 선입관일 수 있겠지만 말입니다...^^;
"지갑이 빈곤해서 친구와 술 한잔, 밥 한끼를 같이 먹지 못하던 시대는 지났다. 그러면 무엇 때문에 친구와 술 한잔, 밥 한끼를 같이 먹지 못하느냐. 결론은 하나, 지갑은 두둑해졌는데 감성이 빈곤해졌기 때문이다"
-> 정말 그런거 같습니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 한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고 직장, 육아, 가정 생활에만
매몰되어 있으니... 조금 더 성숙해지면 잃었던 감성이 되돌아 오겠죠....ㅎㅎ
'괜찮다, 인간이 실수를 할 수도 있지, 다음부터는 절대로 이런 일이 없도록 하자.' 당신이 똑같은 잘못
으로 이런 소리를 세 번 이상 들었다면 그 다음 잘못부터는 몇 대 처맞아도 할 말이 없어야 한다.
-> 우리 관장님 말씀이 생각나는데 관장님은 신입직원들에게는 얼마든지 접시를 깨뜨리라고 말합니다.
본인이 다 책임지겠으니... 그러나 3-4년차가 넘어가도 그러면 안된다고....ㅋㅋ
"음치는 노래를 부를 때마다 새로운 곡을 창작해 내는 재능의 소유자다. 일반 사람들은 주구장창 남이
만든 노래만 불러댄다. 그러나 음치는 어떤 노래든지 불렀다 하면 자작곡이다. 얼마나 멋진가. 표절이
판을 치는 세상, 음치들이여, 자부심을 가져라"
-> 제 안사람을 위해 꼭 읽어주고 싶은 글이었습니다...^^
"가을 찻잔에 달빛 한 조각을 녹여서 마셨습니다. 당신이 곁에 있었으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찮은 것들을 소중하게 여기지 못하면 작은 일에도 행복을 느끼는 성품을 가질 수 없다. 작은 일에도 행복을 느끼는 성품을 가질 수 없다면 그는 한낱 걸어 다니는 욕망 덩어리에 불과하다"
"남을 위해 살아가는 일이 곧 당신을 위해 살아가는 일이다. 숙고해 보면 당신이 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겨우 자신의 밥그릇 하나를 부지하기 위해 온갖 발버둥을 치면서 한편생을 살아야
한다면 인생이란 얼마나 불쌍하고 무가치한 것인가"
-> 제가 하고 있는 사회복지 일을 떠나기 어려운 이유를 이외수 작가가 대신 잘 말해주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걷는 사람도 넘어질 때가 있고 뛰는 사람도 넘어질 때가 있다. 걷다가 넘어졌든 뛰다가 넘어졌든 넘어졌다고 낙오자는 아니다. 낙오자는 넘어지는 걸 염려해서 한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는 사람이다"
-> 정녕 낙오자가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겠습니다.
한 기관에서 장기 근속을 하고 있다는 것이 절 자꾸 불안하게 만드는 요즘입니다...ㅠㅠ
책에는 이외에도 많은 주옥같은 글들이 있습니다.
이외수 작가의 글들은 저 멀리 사춘기 시절 좁은 교실에 다닥다닥 붙어 있던 책상들 어느 한 구석에
쳐박혀 있던 저의 잠자는 감성을 살며시 끌어오는 마법의 주문 같은 힘이 있습니다.
글을 있다보면 저의 마음은 감성이 메말라 버린 공허한 사무실 한 구석에서 따스한 햇살이 내리쬐는
캠퍼스의 푸른 잔디 위로 자리를 옮겨간 것 같이 말랑말랑 해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저의 감성을 일깨우는 감성 각성제... 아불류 시불류...
곁에 두고두고 읽고 음미하고 몇 개 정도는 외워도 좋을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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