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백두대간 2구간4(여원재~고남산)

강가에버드나무 2013. 3. 25. 00:52

선유산장을 출발한지 5시간 정도 지났다.

이제는 배낭의 무게가 점점 나를 잠식해 가고 있다.

아... 참 무겁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삶의 무게처럼... 

 

아직도 고남산까지는 5km도 더 남았다.

여원재를 지나 이름 모를 마을 하나를 만났다.

 

산길이 아닌 마을 길이라 혹여나 길을 잘못 들지 않을까 주위를 잘 살피며 걸었다.

 

저기 빨간 지붕과 담벼락이 인상적인 저 집의 좌측 길로 가야 제대로 된 길이다.

물론 리본으로 중간 중간 표시되어 있으니 잘 살피면 길을 잘못 들 일은 없을 듯 하다.

 

바로 이길로 쭈욱 올라가면 된다.

 

쓰러진 이정표가 혼신의 힘을 다해 고남산 방향을 알려주고 있다.

일으켜 세워주고 싶으나 마을 사람들을 믿고 일단 패스...

 

곳곳에 이름모를 열매들이 겨울을 버티고 봄을 맞이하려고 준비중이다.

하나 따서 먹어볼까 하다가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기는 일을 최대한 예방 하고자 패스...

 

길가에 앉아 쉴때마다 셀카를 찍어보았다.

아직은 표정이 괜찮은 편이다.

 

길을 가다보니 이러한 장애물들이 셀수 없이 많았다.

아마도 지난해 태풍 볼라벤이나 산바로 인한 피해인듯 싶은데...

정말 많은 나무들이 곳곳에 러져 있었다.

 

이곳은 명당자리인 듯 싶은데... 어쩌나 백두대간 종주길과 마주하여 봉분 옆을 가로질러 가야하니...

이러한 곳들을 여러번 만났다.

그나마 옆으로 지나가니 다행이다.

 

이번 백두대간 산행 중 처음 만난 밧줄 구간...

 

페이스 북에도 글을 남겼지만 계속되는 오르막에 허벅지엔 쥐가 날락말락 찌르르 찌르르 하고 어깨는

배낭 무게로 아프기만 한데 급기야 로프 구간이 나타나 거의 미치기 일보직전이었다.

고남산 가기도 전에 탈진할 것 같았던 이번 종주길의 최대 고비였던 바로 문제의 그 구간...

 

로프를 오르고 나서도 계속되는 가파른 계단 구간...

 

고남산 정상이 머지 않은 거 같은데...

이정표도 없고 전혀 위치를 파악할 수가 없어 답답했지만 저 멀리 보이는 마을들, 산봉우리들, 탁 트인

풍경을 보며 지친 심신을 달랬다.

 

이처럼 가파른 계단을 몇 개를 올랐는지.... 헉헉...

 

힘이 드는 만큼 점점 눈앞에 펼쳐지는 풍광은 멋들어져 갔다.

 

저멀리 산 능선들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앗... 저 위에 보이는 저 송신탑은 바로... 이곳이 고남산 정상 부근임을 알려주는 이정표와 같았다.

 

드디어 도착한 고남산 정상...

한 어르신 무전기를 들고 계속 교신하고 계셨는데 무슨 소리인지는 모르겠는데 분위기가 좀 안좋았다.

어르신에게 이곳이 고남산 정상이 맞는지 물어보기도 뻘쭘할 정도로...

그래도 여쭤보니 여기가 고남산 정상이 맞단다.

 

고남산 정상에서 바라다 보이는 저 아래 중계탑과 소나무 한그루...

 

저 아래로 펼쳐지는 마을 모습...

 

산 정상에서만 볼 수 있는 아름답고 멋진 풍경이다.

나도 이렇게 전체를 볼 수 있는 안목과 통찰력을 갖추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산 정상을 많이 오르면 그런게 생길라나...ㅋㅋ

 

안그래도 산 정상에 아무것도 없어 이상하다 생각했는데 바로 밑에 고남산 정상임을 알리는 비석이

서 있었다.

일단 고남산 비석을 배경으로 증빙샷 한 컷... 

 

이곳까지 몇개의 산을 넘고 넘어 막판엔 로프도 타고 또 몇 개의 가파른 계단을 오르고 또 올라서

고기리 삼거리에서 도상거리 14km, 실제거리 18km를 걸어 왔다.

넘 힘들어서 밥이고 뭐고 비석이 가려주는 그늘에 매트 펴고 드러 누웠다.

오늘 야영지로 생각하는 매요 휴게소나 유치재는 약 7km를 더 가야한다.

여기까지 오면서 물 500ml 3병을 다 마셨고 2L 짜리 생수 한통이 남았다.

이것만 가지고는 야영을 하기엔 물이 부족할 것이다.

힘들지만 물을 보충할 수 있는 매요마을까지는 가야한다.

하지만 이순간에는 그냥 이 자리에 쓰러져 자고 싶었다.

서성진 부장님은 페북에 이곳에서 자고 가는 것도 좋다고 댓글을 남기셨지만 식수도 그렇고 내일을

생각하면 더 가야한다는 판단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