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백두대간 2구간6(유치재~복성이재)

강가에버드나무 2013. 3. 25. 23:26

어제 고기리 삼거리에서 06:30에 출발하여 이곳 유치재 부근까지 23km(도상거리 18km)를 걸어 18:00쯤

도착하였다.

넘 힘들고 정신이 없어 숙영지 구축 후 밥을 먹자마자 거의 쓰러졌다.

생각이고 뭐고 오늘 걸을 길만 다시 확인 후...

아침엔 어제 저녁에 미리 끓여둔 누룽지에 물을 부어 끓여 먹었다.

확실히 아침은 누룽지가 짱인듯 하였다.

 

라면, 전투식량, 햇반 등 식량은 많이 가져왔는데 이동하면서 지치면 먹을 간식거리가 거의 다 떨어졌다.

에너지바 한개와 다이제초코 먹던거 2/3 정도 남았는데 최대한 버텨야 한다.

오늘 탈출로는 복성이재로 하고 봉화산은 다음 구간으로 남겨두려 한다.

복성이재까지는 도상거리 8km, 실제거리 10km...

다리에 통증이 있고 어깨도 좀 결려 오지만 마지막까지 무사히 전진해야겠다.

꾸물꾸물 하다보니 벌써 9시... 이젠 출발...^^ 

 

내가 하룻밤 묵은 명당(?) 자리.... 나중에 다시 오면 이곳을 찾을 수 있을까. 

나중에 다시올 기회가 있을까.

이곳에 남긴 나의 흔적들아... 안녕...

 

어제와 마찬가지로 가는 길 내내 이러한 장애물들이 지천으로 널려 있었다. 

 

박배낭 매고 체력도 많이 떨어진 상태에서 이러한 장애물은 정말 괴로운 형벌에 다름 아니었다.

하지만 그런 생각도 들었다.

내가 가는 길이 나의 인생이라고 봤을때 나의 인생 역시 무수한 장애물들을 정면 돌파하고 안되면

타넘고 우회하고 그러면서 걸어왔다는 것을...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이 있지만 장애물로 인해 잠시 우회하거나 타넘고 간다고 잘못이라고 할 수 있을까...

나의 목표만 확실하다면 옆으로 돌아간다 해도 결국 다시 그길로 돌아오게 된다.

힘이 있다면 장애물을 돌파해도 좋지만 체력이 소진된 후에는 이것이 쉽지 않다.

우리가 젊었을때는 패기 만만 하지만 나이가 들면 힘보다는 지혜를 사용하듯이...

물론 산에서 길을 잃는다면 이것은 좀 문제가 된다.

실제 산에서 길을 잃어 헤매본 사람은 알겠지만 어느 순간까지는 계속 헤매가 된다.

우리 인생에서도 그렇듯이...

한번 잘못된 길로 빠지면 돌아오는 것이 쉽지는 않다.

이처럼 산행을 하면서 느끼는 것은 자연의 법칙은 바로 우리 인생의 법칙과 상통한다는 것이다.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잘 표현이 안된다.

난중에 다시 정리하기로 하고 일단 패스... 

 

산 중터기에 이런 돌들이 쌓여있다.

이건 누가 가져다 놓은 것일까... 그냥 궁금했다.

 

저멀리 도로 주변으로 공사 현장이 보인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곳이 바로 88올림픽고속국도였다.

이곳을 어떻게 넘어가야 하나 주위를 두리번 두리번 거리다 저편에 리본 무더기를 발견했다.

이곳을 넘어가긴 해야할 거 같은데 어떻게 가지... 

 

앗.. 저것은 누군가 이곳을 넘어가기 위해 밝고 지나간 나무토막...

나도 저 나무토막을 밟고 조심조심 도로 방벽위를 타 넘고 반대편으로 무사히 건너갔다. 

 

저 아래가 바로 사치재(아실재)였던 것이다.

나는 이것을 새목이재 방향으로 한참 오르다 깨닫게 되었다. 

 

사치재를 지나면 가파른 경사면을 한참 올라와 정상에 헬기장이 있었다.

지도상에 불난 곳이라고 표시되어 있는 곳도 이곳 헬기장도 어딘지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려웠다.

유치재 이후에는 별다른 이정표를 발견할 수 없어 당최 위치 파악이 안됐다. 

 

헬기장에서 저 멀리 고남산 정상이 보였다. 

 

고남산 정상의 송신탑과 그 아래 교량 공사 현장이 내가 지나온 방향을 가늠하게 해주는 가늠쇠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계속된 가파른 비탈길을 오르느라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되었다.

땀과 함께 내 몸속에 나쁜 노폐물들이 좀 많이 빠졌을라나...^^

 

정상에서 저 멀리 보이는 산 능선들을 보는 것은 무척 뿌듯하고 즐거운 일이다.

저곳이 비록 내가 가야할 목적지라도... 

 

 산 정상에서 만난 갈대숲에서 한 컷... 갈대 맞나...?

 

여기에 묻힌 분도 여기에 묻은 분들도 참 대단하다.

어찌 여기까지 올라와 이분을 모셨을꼬...

근데 명당자리이긴 한거 같은데... 너무 좋은 길이라... 산행객들에게 봉분 주위를 밟히는

안타까운 장면...

선조님에겐 죄송하지만 나 역시 봉분 주위로 조심히 스쳐 지나간다. 

 

오늘도 여전히 힘들지만 그래도 적응이 되서 그런가 어제 보다는 좀 나은 듯 하다.

30분 걷고 5분 정도 쉬는데 가방이 무거우니 50분 걷고 10분 쉬는 것 보다는 이게 나은거 같다.

어제보다 남은 거리도 짧고 몸과 마음에 여유가 생겨서 그런가 걸으며 여러가지 생각도 하게되고

콧노래가 저절로 흥얼거려진다. 

이건 내가 지금 즐기고 있다는 증거...

 

다음 백두대간 종주길 부터는 중간에 민박을 할 수 있는 마을이 있다면 굳이 박배낭을 매지 않으리라

생각해본다.

민박할 곳이 없다면 당연히 매고 가야겠지만...

박배낭의 무게로 몸과 마음의 여유를 저당 잡히는 것이 아쉽기 때문이다.

산 정상의 별과 달과 구름을 보고 싶다면 따로 풍광이 좋은 산 정상을 찾아가면 될 일이다.

자, 또 출발하자... 몸이 식는다...

 

몸은 축축 늘어지는데 이넘의 장애물들은 나의 발목을 붙잡고 늘어지는구나.

아예 상종말고 우회해 가야지... 

우리네 직장생활에서 지잘같은 상사, 동료들을 종종 보게 된다.

이들은 바로 저 쓰러져 있는 나무들 처럼 본인은 클 수 없기에 남들도 크지 못하게 잡고 늘어지는

물귀신 작전을 구사한다.

여기에 휘둘리면 같이 죽는 거고 힘이 있다면 정면 돌파하거나 우회하면 될 일이다.

조직의 암적인 존재들... 같이 죽자고 물고 늘어지는 괴물들...

이젠 나의 방식대로 나의 길을 가련다.

 

이분도 생전에 부귀공명을 누리신 분인듯... 죽어서 조차 이처럼 풍광이 멋진 곳에서 홀로 유유자적

하시니 산 나보다 나으신 듯... 아니 저 선조님은 나를 부러워 할라나...^^ 

 

다리는 지치고 어깨는 아프고 저려오지만 점점 남은 길이 줄어드니 몸에서 힘이 조금씩 솟아남이

느껴진다.

이것은 정신적인 부분이 작용한 거 같다.

역시 멘탈의 힘은 무시할 수 없다. 

 

어제 오늘 바람도 많이 불지 않고 날씨가 아주 청명하니 좋았다.

나무들 사이로 내비치는 햇살을 맞으며 저벅저벅 걸어가는 능선길... 아주 좋다. 

 

얼마 후에는 이곳이 푸르름 천지로 변할 것이다.

지금도 아름다운데 더욱 아름다운 곳이 될 이곳의 자태를 촬영하여 기억 속에 남겨 놓자. 

 

어제 고남산 이후 별다른 이정표가 없어 목적지에 도달하기 전에는 위치를 제대로 파악하기가 어려웠다.

오늘도 마찬가지로 지도 상에 표시되어 있는 곳들이 어딘지 알 수 없어 답답했는데...

저 멀리 보이는 것은 바로 지도에 표시되어 있는 남근석이 분명한 듯 하다. 

 

저 멀리서 보면 얘만 톡 튀어 올라와 있어 쉽게 알아 볼 수 있기는 한데 왜 남근석인지

알 수가 없어 가까이 가보면 뭐가 있나 싶었지만 바로 옆에 와봐도 왜 남근석인지 납득은

안간다...^^;

하지만 이제야 현재 위치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게 되었으니 소중한 보물이라는 측면에서

남근으로 비유한 거라면 인정...^^ 

지도상으로 한 시간 정도 남았다고 표시되어 있으니 내 걸음으로 한시간 반 정도만 더가면

복성이재에 도착할 것이다.

남은 시간도 방심 말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자

 

이곳은 무척 특이한 것이 산 뒷편으로 길이 무척 질펀했다.

마치 얼마전 비라도 온 것처럼...

처음에는 이 현상이 당최 이해가 가질 않았는데 잠시 이유를 알게되었다. 

 

땅바닥이 얼어 있었던 거였다.

아직도 얼음이 얼어 있는 것이 보였다.

겨우내 단단히 얼었던 부분이 청명한 햇살에 녹아 길이 진흙탕처럼 미끄러웠다.

나는 조심조심 내려갔는데도 몇 차례나 미끄러져 넘어질 뻔했다. 

 

산 중터기에 있는 돌무더기들... 아마 저곳이 아막성터인 듯 하다. 

 

돌무더기 옆에 주저 앉아 쉬다가 한 컷...

쉬는 자리도 잘 보고 앉아야 한다.

약간 비스듬한 곳이라야 배낭을 기대고 앉아 편히 쉴수가 있다.

이것도 많이 쉬어보니 자연히 알게되었다. 

 

요기도 조그만 봉분 옆으로 종주길이 이어진다.

안녕히 계세요 선조님... 

 

아막성은 돌로 쌓은 산성으로 둘레는 633M 가량이다.

이곳은 삼국시대 백제와 신라 사이에 격렬한 영토 쟁탈전이 벌어진 곳으로 신라에서는 '모산'이라

불렀다고 한다.

성 안에는 삼국 시대의 기와조각, 백제시대의 토기 조각 등이 쌓여 있다고 하는데 시간이 없어

찾는 건 패스... 

 

오랫만에 나타난 이정표 아래로 임도가 만나는 길이 나타난다.

이런 길이 나타나면 좀 혼란스럽다.

물론 리본들이 길을 표시하고는 있지만 이곳이 어디인지 정확한 명칭이 없기 때문이다.

일단 좀더 전진해 본다.

 

시간상으로 거의 복성이재에 다 온거 같은데 어디가 복성이재인지 알 수가 없다.

임도와 만난 길 위로 다시 종주길은 이어지고 그 옆으로는 아래와 같은 길이 이어져 있다. 

 

저 길로 가야 복성이재가 나오는 것인지... 바로 위 사진에 있는 길로 다시 올라가야 하는 것인지

잠깐 사이 수많은 생각이 스쳐지나간다.

이런 곳에서 통찰력을 발휘하여 올바른 길로 나가는 것이 진정한 고수의 모습일 터...

나는 나름의 머리를 굴리고 굴려... 일단 산속으로 이어진 길로 점더 전진해 보기로 하였다. 

 

아... 역시 나의 판단이 맞았다.

물론 앞서 우측길로 빠져도 결국 이 도로와 만나게 되어 있긴 했지만...

그래도 마지막까지 제 길로 복성이재에 온 것이다. 

 

드디어 최후의 목적지인 복성이재 입간판을 발견하였다. 

 

혹시나 다음에 이 구간 부터 시작하게 되면 이곳에서 묵어볼까 싶어 찍어 봤다. 

 

이번 백두대간 2구간은 봉분으로 시작해서 봉분으로 끝난 것 같다.

산 곳곳에 쓰러져 있는 장애물들 만큼이나 많은 봉분들을 스쳐지나왔다.

 

택시아저씨를 기다리는 동안 의관을 정제하고 복성이재 입간판을 배경으로 멋지게 한 컷...^^ 

이제 나를 인월까지 데려다 주실 택시 사장님만 오시면 되는데 왜 안오실까...

이번 산행의 마지막 변수인가...ㅠㅠ

 

혹시 인월택시 부르실 분들을 위하여 한 컷 찍어 봅니다.

저는 황태봉 사장님의 카니발 택시를 탔는데 짐 싣기도 편하고 가격도 저렴하니 아주 좋았습니다.

복성이재에서 인월까지 택시비 13,000원 달라고 하시길래 15,000원 드리고 내렸습니다.

연락처는 010-3677-5512 입니다.

필요한 분들 이용하시길... 

 

15:40분경 인월공용버스터미널에 도착하여 서울행 버스 시간부터 확인하였다. 

16:25분차를 타기로 하고 버스표를 끊었다.

 

터미널 내에서 맛난 버거토스트와 아메리카노 한잔 마시며 핸펀으로 계속 끊기는 김연아 선수의

세계선수권대회 프리 경기를 인내심을 가지고 끝까지 지켜봤다.

역시 김연아...

이 선수는 정말 대단하다는 말밖에는 안나오는 선수다.

빨리 집에 가서 제대로 된 화면으로 무한 리플레이 해야겠다.

이제 동서울행 16:25분차 타고 올라간다.

한 세시간이면 도착하겠지...

고기도 먹고 싶고 샤워도 하고 싶고 과일도 먹고 싶고 김연아 선수 플리에도 보고 싶고 아들넘도 보고

싶고...

역시 집을 떠나 고생을 해봐야 평소 누리는 내 삶이 얼마나 값진 것인지 다시금 깨닫게 된다.

이것이야말로 초심으로 돌아가는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닐까... 

 

오는 도중 비도 오고 8시가 넘어서야 동서울 터미널에 도착하였다.

미리 와서 기다리고 있던 안사람과 아들넘 만나 집으로 향했다.

집에와 샤워를 하려고 옷 벗고 거울을 보니 영광의 상처(?)들이 보인다.

양쪽 다리에는 근육통이, 양쪽 어깨는 건드리기만 해도 통증이, 어깨는 배낭 무게에 눌려 상처가...

그래도 가슴속엔 영광의 훈장(?)이 새겨진 백두대간 산행을 무사히 마치고 지금은 늦은 저녁 먹고

아들넘, 안사람과 '공룡이 살아있다' 게임 중이다.

혼자 잘 놀고 왔으니 아들넘 하자는 대로 기꺼운 마음으로 게임을 하고 있다.

그나저나 블루마블 축소판 같은데 돈이 무지 많다.

언제 끝난다냐...ㅠㅠ

 

 

백두대간 2구간(고기리 삼거리~복성이재) 종주기

 

1. 기간 : 2013. 3. 15(금)~17(일), (접속일 15일/ 산행일 16~17일)

 

2. 인원 : 1명, 나홀로

 

3. 구간 지리 및 거리

    16일 : 고기리 삼거리~유치재 부근 - 도상거리 19km, 실제거리 24.7km

    17일 : 유치재 부근~복성이재 - 도상거리 9km, 실제거리 11.7km

    총 거리 36.4km

 

4. 접근 및 회귀

    접근 : 부여리조트(부여시외버스터미널) -> 공주시외버스터미널 -> 공주역 -> 남원역 -> 택시 이동

              (2만원) -> 고기리 삼거리

    회귀 : 복성이재 -> 택시 이동(15,000원) -> 인월시외버스터미널 -> 동서울터미널

 

5. 준비물

배낭(미스테리 월 이너가방 포함), 보조가방, 텐트, 침낭(동계용), 매트리스, 백마코펠, 양은냄비,

버너(가솔린, 가스), 헤드랜턴, 스틱, 디카, 필기도구, 시집, 토치, 라이터, 나침반, 지도, 핸드폰

(밧데리 2개), 여벌의류(구스다운 상,하의, 기능성 내의, 속옷, 양말, 스키장갑, 가죽장갑, 목장갑,

모자), 대일밴드, 휴지, 플라스틱 수저(포크), 비너 4개, 대형 비닐

먹거리 - 물(500ml 3병, 2리터 1병), 라면 2개, 전투식량, 햇반, 계란 2개, 치즈 3개, 누룽지

             행동식(다이제초코, 이탈리아산 웨하스, 에너지바 3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