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백두대간 3구간1(복성이재~봉화산)

강가에버드나무 2013. 4. 16. 20:03

지난 4월 12일 근무를 마치고 바로 동서울터미널에서 19시 버스를 타고 인월지리산 공용버스터미널로 이동하여 인근 모텔에서 하룻밤 묵고, 4월 13~14일에 복성이재~육십령 구간을 걸었다.

3구간 산행기를 5회에 걸쳐 기록해 보겠다.

 

<백두대간 3구간(복성이재~육십령) 종주 개요>

 

1. 기간 : 2013. 4. 12(금)~4. 14(일)/ 접속일 12일, 산행일 13~14일

 

2. 인원 : 1명, 나홀로

 

3. 구간 지리 및 거리

    13일 : 복성이재~백운산, 도상거리 약 16km, 실제거리 20.8km

    14일 : 백운산~육십령, 도상거리 약 15km, 실제거리 19.5km

     총 산행 거리 : 40.3km

 

4. 접근 및 회귀 방법

    접근 : 동서울터미널 -> 인월지리산 공용버스터미널 -> 콜택시(13,000원) -> 복성이재

    회귀 : 육십령 -> 콜택시 -> 장계시외공용버스터미널 -> 서울 남부터미널 

 

5. 준비물

    도이터 배낭, 미스테리월 이너가방, 보조가방, 텐트, 침낭(준우 동계용), 매트리스, 백마코펠,

    가스+버너, 헤드랜턴, 스틱, 디카, 토치, 라이터, 지도(2-4구간), 핸드폰(밧데리 2개), 여벌의류

    (구스다운 상, 기능성 내의 상하, 속옷, 양말), 장갑(자전거용), 대일밴드, 휴지, 물티슈, 플라스틱

     수저+포크, 비너 4개, 대형 비닐 3개

     먹거리 - 물(500ml 5개, 2L 1개), 우유 350ml 3개, 배즙 4개, 사골국물 350ml 1개, 라면 1개, 치즈,

                  김치(2회분), 햇반, 누룽지, 행동식(다이제초코, 빵 4개, 삼각김밥 2개, 찰떡파이 6개,

                  스키틀즈 1개) 

 

 

12일 퇴근 후 바로 저녁 7시 인월행 버스를 타야했기에 11일 저녁 배낭에 짐을 꾸렸다.

먹거리를 정리하다 보니 지난 3월 중순경 서노협 실무위원 워크샵때 김남용 부장님이 선물로 주셨던

미군 식량을 어찌할까 고민하다가 일단 먹어보기로 했다.

당최 안에 뭐가 들었는지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었다.

 

큰 포장지를 뜯으니 작게 포장된 여러 개의 내용물들이 나왔다.

하나하나 뜯어보니 또띠아에 참치, 마요네즈 등을 넣고 먹는 것도 있고

초콜릿, 비스켓, 프레즐 과자, 데일리쉐치크 등등 종류도 많고 양도 많고

우리나라 전투 식량과는 차원이 달랐다.

 

늦은 밤 판도라(?)의 상자를 잘못 연 탓에 다 먹어 치우느라 너무 배가 불렀다...^^;

 

12일 아침엔 평소처럼 짜증 부리지 않고 일찍 일어난 아들넘과 맛있게 아침식사 하고 손 붙잡고

학교에 데려다 주었다.

따사로운 햋살과 서늘한 바람이 살랑살랑 상쾌한 아침이었다.

저녁에 백두대간 떠날 생각을 하니 다소 들뜬 마음에 하루가 금방 지나갔다.

 

바로 퇴근한다고 했는데도 동서울 터미널에서 저녁 7시 차라 빠듯하게 도착했다.

내가 마지막으로 탑승하니 바로 출발...

금요일 저녁이라 그런지 생각보다 많이 막히는 듯 하였다.

3시간 넘게 달려 차가 서길래 당연히 인원인줄 알고 보스에서 내려 짐칸에서 배낭 내려 등에

짊어졌는데, 버스 터미널의 사이즈나 분위기가 뭔가 이상하여 버스에 올라타려는 기사님을

붙잡고 물어보니 인원이 아닌 함양시외버스터미널이었다.

확인 안하고 버스 떠났으면 불금에 미아될 뻔했다...^^; 

 

밤 11시가 거의 다되어서야 목적지인 인원지리산공용버스터미널에 도착하였다.

늦은 시간이었지만 이곳엔 마트도, 편의점도 열려 있어 안심이 되었다.

일단 터미널 바로 인근에 있는 반야모텔에 방을 잡고 편의점에 가서 컵라면과 삼각 김밥을 사다

먹고 오랫만에 보는 TV에 푹 빠져 보다가 늦게 잠들었다...ㅠㅠ

 

그래도 새벽 5시 30분에 기상하여 지난번 복성이재에서 인월까지 타고 왔던 콜택시 사장님의 차를

타고 복성이재에 도착하니 06시가 채 안된 시간이었다.

마침 나를 태우려 오던 택시에 등산객 두 분이 같이 합승하여 이런 저런 얘기 나누며 복성이재로 갔다.

 

바로 이 두분...

이분들은 가벼운 배낭 매고 당일로 육십령까지 간다고 하였다.

난 1박2일로 가는데...

각자 준비해온 음식들로 아침식사를 간단히 하고 이분들은 먼저 출발하였다.

 

나는 김밥 먹고 페북에 글 하나 올리고 등산화 끈 단단히 조여 매고 06:30경 "가자 가자" 라는 작은

외침 후 바로 출발하였다.

 

출발한지 15분 정도 지났을때 만난 현수막...

인근이 고사리 재배지역으로 염소를 방목하는 곳이라는 안내와 무단으로 채취하지 말라는 경고의

내용이었다.

고사리 먹고 자란 염소라... 맛나겠다...^^

 

한 20분 정도 올랐을 뿐인데도 벌써 저 밑으로 내려다 보이는 풍광이 아름답다.

 

산불감시 카메라와 나무 데크가 보인다.

 

이곳은 바로 봉화산 자락에 있는 해발 712.2M의 매봉이었다.

 

봉화산 정상을 안내하는 이정표가 많이 힘들었는땅바닥에 쭉 뻗어 있다. 쩝... 

 

표지판이 가르키는 봉화산 방향...

이 길을 가고 가고 또 가다보면 오늘의 목적지인 백운산에 도착하겠지...

 

잠시 걷다 보니 저 멀리 산등성이 위로 정자 하나가 보인다.

단순히 풍광을 즐기고 비박을 하기 위해서라면 저런 정자가 안성맞춤 일 듯 싶었다.

언제고 아들넘 데리고 맘 편히 와서 저런 곳에서 자고 가리라.

 

한시간쯤 걸어왔는데 아직까지는 길도 좋고 경치고 좋고 춥지도 덥지도 않아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봉화산이 3km 정도 남았음을 알려주는 이정표...

산에서 만나는 이정표의 거리는 솔직히 믿기지는 않는다.

3km 라면 최소 3km라고 생각하고 가야 맘이 편하다.

진짜 3km인줄 알고 열심히 갔는데 아니면 힘이 많이 빠지기 때문에 아예 3km 이상을 간다고

생각하고 가야한다.

 

저 멀리 산들에 둘러쌓인 마을이 보인다.

산과 하천과 마을이 어울어진 자연스러운 진짜 마을이다.

그런데 서울시에서도  마을공동체를 지역자치 풀뿌리 사업의 핵심으로 설정하고 물적, 인적 자원을

대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과연 어떤 결과로 이어질런지...

 

지난 번 백두대간 2구간 종주시와 마찬가지로 이번 3구간에도 이처럼 곳곳에 쓰러진 나무 기둥들이

길을 막고 있다.

이젠 불편하다는 느낌보다는 나무들이 이렇게나 많이 쓰러져 있는 모습들에 마음이 아플뿐이다.

 

복성이재를 출발한지 1시간 반이 다 되어 간다.

햋볕도 좀점 따사로와 지고 몸에선 땀이 줄줄 흘러내리기 시작한다.

내 몸안의 노폐물들아 빨리 빠져나가거라...^^

 

한 뿌리에서 여러 기둥들로 갈라져 나간 이 나무... 신기하다.

 

누군가 이정표에 수기로 방향을 표기하였다.

곳곳에서 나풀거리는 안내리본도 그렇고 이러한 이정표가 없다면 백두대간은 꿈도 꿀수 없을 것이다.

 

얼었던 땅이 녹아서 좀 질퍽질퍽해졌다.

이런 길은 미끄러질 수 있으니 발걸음 내딛을 때 유의해야 한다.

안그러면 뒤로 넘어가거나 가랑이가 찢어질 수도 있다...^^;

 

드디어 복성이재에서 출발한지 두시간여 만에 봉화산 정상에 도착하였다.

이곳에는 산불감시 카메라 외에도 봉화대가 나를 반겨 주었다.

 

해발 919.8M의 봉화산 정상... 이곳은 확실히 바람이 많이 불었다.

봉화산은 전라북도 장수군 번암면과 남원시 아영면, 경삼남도 함양군의 2개도 3개시군의 경계에

위치한 곳으로 덕유산에서 지리산에 이르는 백두대간 남부구간의 중간지점이자 봉화대의 유적이

존재했던 역사적 의미가 담긴 산이다.

특히 남쪽 치재에서 부터 정상까지 군락을 이루고 있는 봉화산 철쭉은 그 빛깔이 유안히 붉어

산이 훨훨 불타오르는 듯한 착시 현상을 일으킨다고 한다.

철쭉이 타오를때 꼭 다시 한번 와보고 싶은 곳이다.

 

저 곳이 오늘 내가 걸어가야할 산 능선들이다.

백운산은 저 멀리 뾰족하게 올라와 있는 산일까...

 

내가 도착하고 잠시 후 봉화산 올라 오는 급경사 밑에서 야영하던 등산객들이 뒤따라 올라왔다.

이분들은 직장에서 산행을 오는데 사전 답사차 오셨단다.

100리터는 되 보이는 나보다 더 큰 배낭을 짊어지고 한동안 내 뒤를 열심히 쫒아 오셨다. 

이 분들이 뒤쫗아 오셔서 나도 힘들었지만 더욱 분발해서 전진할 수 있었다.

다행히 이분들이 광대치 부근에서 하산하셔서 그 이후부터는 나도 좀 천천히 쉬엄쉬엄 갈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