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백두대간 2구간5(고남산~유치재)

강가에버드나무 2013. 3. 25. 22:02

고남산 정상 바로 아래에 위치한 중계탑

 

중계탑을 우회하여 밑으로 내려가면 포장 도로와 만난다.

 

고남산 이후 부터 몸이 천근만근 너무나 힘들었다.

아무리 좋은 표정을 지으려 해도 이정도다.

그나마 괜찮아 보이지만 실제 상태는 아래와 같다...ㅠㅠ

 

그자리에 주저 앉아 한숨 잤으면 하는 생각뿐...

잠깐 쉴때마다 혼미한 상태였다.

 

앗... 유치재 간판인가 하고 살펴봤지만 아무리봐도 아직 유치재는 아니다.

이건 누군가 파놓은 함정(?)인 듯 싶다.

유치재는 매요마을을 지나쳐야 나오는데 실제 매요마을에 도착한 건 30여분 후였다.

 

한걸음 한걸음이 힘들고 배는 고파오고 나의 비장의 카드... 다이제초코 과자를 꺼내어 몇 개 먹었다.

지난 해 겨울 백두대간때도 느꼈지만 다이제초코가 행동식으로 아주 좋았다.

 

저 멀리 교량 공사 현장이 보인다.

나중 얘기지만 복성이재 가는 길에 고남산 정상과 이 교량을 중심으로 구불구불 많이도 돌아 간다.

가는 내내 위치를 가늠할 수 있는 방향의 가늠처가 되어 주었다.

 

고남산을 떠난지 2시간여... 나도 모르게 점점 얼굴이 일그러져 가고 있다.

힘들어도 너무 힘들었다.

 

한참 힘들어 하며 길가에 주저 앉아 넋놓고 있는데 뒤에서 산행객 한분이 휙 지나간다.

인사하고 얼릉 일어나 산행객의 뒤를 쫒아갔다.

이분은 가벼운 배낭이긴 했지만 다행이 죽어라 쫒아가니 시야에서 벗어나지 않을 정도의

거리에서 따라갈 수 있었다.

 

확실히 산길은 혼자가는 것보다는 누군가 함께 가거나 따라 갈때 더욱 속도가 빨라지는 거 같다.

이분은 나를 의식하지 못하고 지나쳐 가셨지만 나는 계속 이분의 뒤를 쫒아갔다.

이 작전은 힘들어 지쳐 쓰러지기 일보 직전이 내게 자극제가 되었고 부지런히 뒤쫒아 갔더니

금새 마을 어귀로 들어서게 되었다. 

 

이곳이 바로 매요마을과 이어지는 도로다.

첨엔 이곳이 어딘지 몰랐지만... 

 

쓰러져 있는 이정표가 혼신의 힘을 다해 고남산과 사치재의 방향을 알려주고 있다.

가엾고 고마운 이정표... 

 

매요마을로 들어서는 어귀는 다소 스산해 보였는데 이건 이곳이 마을 외곽이어서 그런것일 뿐이었다.

 

마을 안은 이렇게 깨끗하고 조용한 곳이었다.

사전 조사에 따르면 매요마을에서 생수며 먹을 거리를 구입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지만 역시나

변수는 있었다.

나는 일단 물 보충이 급해 마을에 들어서서 처음 보이는 어르신 부부에게 말을 걸었다.

"어르신 여기 생수 파는 곳이 어디인가요?"

"여기 그런 가게가 없어"

허걱... 이게 무슨 황당한 시츄에이션...

알고 보니 가게는 있는데 그 주인 할머니가 최근 다리를 다쳐서 가게 문을 안연다는 것이었다.

이때 어찌나 황당하던지...

그러나 죽으라는 법은 없었다.

어르신 부부는 본인 집에서 물을 떠가라며 나를 이끄셨다.

 

나는 일단 염치불구 하고 어르신에게 500ml 3병과 2L 피트병 하나를 내밀었다.

어르신은 흔쾌히 집안으로 들어가 이곳은 수돗물을 마셔도 된다며 병마가 가득 담아 주셨다.

 

이집 주인 어르신은 귤을 먹으라고 한알 주시더니 잠시 후 한알 더 주셨다.

물을 다 떠주신 안주인 어르신이 또 한알을 더 주셔서 귤도 3알이나 얻었다.

나는 자연스럽게 가방을 풀어 놓고 마침 이집에 와 계시던 주민 어르신과 함께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며 잠시 쉬었다.

이분들은 내겐 구세주 같은 분들이었고 어찌나 인상들도 좋으신지 매요마을의 인심에 푹 반해버렸다.

 

바로 인근에 있는 매요마을 회관 앞에서 기념 촬영 한 컷...

 

마을회관 앞에는 사랑방 같은 공간이 있었다.

이곳에서 자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오늘은 패스... 

 

이곳이 그 문제의 매요마을 휴게소였다.

이곳에서 물과 먹을 거리를 보충할 생각이었는데... 쩝...

물이라도 보충할 수 있어서 천만다행이었다.

 

매요교회를 지나쳐 마을 외곽으로 향한다. 

 

사치마을을 가리키는 이정표가 보인다. 

 

이곳이 바로 유치재였다.

바로 마을과 연결되어 있는 곳이었는데... 몸은 천근 만근이었지만 마을에서 잘 수는 없기에

지친 몸을 이끌고 사치재 방향으로 전진했다.

 

사치재 방향은 계속 오르막의 연속이었다.

도저히 체력이 떨어져 내일을 생각해서 더이상 무리해서는 안될 듯 하여

숙영지를 물색했다.

마침 오르막 중간 소나무 숲 사이에 텐트를 펼칠만한 공간을 발견했다.

목이 말라 아까 매요마을에서 어르신이 준 귤 하나를 까먹고 숙영지 구축을 시작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곳에서 숙영지를 구축하길 정말 잘했다.

유치재까지 계속 오르막이라 텐트 칠 적당한 공간이 보이질 않았다.

이곳은 소나무 숲 가운데 공간으로 바닥엔 온통 솔잎이 쌓여 푹신푹신 하였고

지나치는 사람들도 보이지 않았다.

 

숙영지 구축하고 넘 힘들고 배고파 우선 가져온 라면과 전투식량으로 저녁을 준비했다.

 

너무 맛있어야 하는데 생각보다 몸이 피곤해서 그런지 밥이 그닥 땡기지를 않았다.

라면은 겨우겨우 먹었는데 밥은 거의 1/3도 채 못 먹었다.

배에 뭐가 좀 들어가니 급격히 피곤해졌다. 

 

현재시간 19시 11분...

아직 초저녁인데... 페북으로 글 남기고 20시쯤 잠이 들었다.

자다가 새벽인가 싶어 일어 나니 24시 경... 허걱 다시 잠을 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