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백두대간 3구간4(백운산~덕운봉)

강가에버드나무 2013. 4. 29. 22:02

백운산 정상은 헬기장이라 이렇게 평평하고 넓직한 공간이 있다.

 

흰 구름산이란 뜻의 백운산은 같은 이름의 전국 30여개 산중 가장 높고 사방이 탁 트인 훌륭한 조망을

갖고 있는 곳으로 산정에 눈과 구름이 많은 것이 특징이고 섬진강과 낙동강의 분수령으로 행정구역은

전북 장수군 번암면과 경남 함양군 백전면, 서상면이다.

 

표지석 위쪽에는 내일 가야할 백두대간(깃대봉) 가는 방향을 가리키는 이정표가 서 있다. 

 

이곳엔 응급구급함도 있고 헬기장도 있어 그런지 나름 긴장됐던 마음이 편안해짐을 느꼈다.

여기서 무슨 일이 생겨도 죽지는 않을거 같다는 믿음이랄까...^^

 

저 멀리 보이는 산등성이들이 내일 가야할 험난한 여정들을 미리 보여주는 듯 하다.

 

텐트를 어디다 칠까 여기저기 기웃거리다가 결론은 표지석 바로 앞에 치기로 했다.

가장 평평한 편이기도 하고 표지석이 조금이라도 바람을 막아줄까 싶어서 이곳으로 결정했다.

 

도착한지 한시간만인 17:30경 침낭 속에 드러누워 버렸다.

밥이고 뭐고 일단 온몸이 노곤해져 누웠더니 넘 편안하고 좋았다.

 

텐트 매쉬창 밖으로 바라다 보이는 맑은 하늘과 쨍쨍한 햋볕 그리고 서늘한 바람 속에서 주변의

모든 자연적인 요소들이 서로 묘한 조화를 이룬 평화로운 시간이었다.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고 어두컴컴해진 시간에 일어나 라면 끓이려고 가스버너에 불 붙이고

맛나게 먹어 보겠다고 사골국물을 붓고 코펠에 끓이다가 잘못 건드려 엎어 버렸다.

순식간에 텐트 안은 물바다(엄밀히는 사골국물 바다)가 됐고 가져간 화장지며, 속옷, 양말 등을 다

동원하여 간신히 물기를 닦아낼 수 있었다.

한끼 맛나게 먹어보겠다고 무겁게 싸짊어지고 간 사골국물을 엎고 나서 역시 사람의 욕심은 참

부질 없는 것이다란 교훈 아닌 교훈을 얻었다.

다음부터는 이런거 싸들고 다니지 말아야겠다.

참 라면과 누룽지 끓이면서 무게만 고려해 아무 생각 없이 가져간 가스버너가 불을 켜면 30초도

못버티고 꺼지곤 하여 흔들고 켜고 꺼지면 다시 흔들어서 켜고를 몇 번이고 반복해야 했다.

생각해보니 이곳이 해발 1,278.6m로 높은 고지대이다 보니 아마도 기압이 낮아져서 그런 듯 했다.

겨울에만 가스버너가 맥을 못추는 줄 알았더니 높은 곳에서도 마찬가지일 줄이야... 쩝...

다음부터는 숙영할 곳의 높이도 고려하여 버너를 가지고 다녀야겠다.

 

작년에 서성진 부장님과 소백산 정상 부근에서 야영할때 처럼 이곳도 높은 곳이라 그런지 사방에서

불어대는 바람소리가 정말 동해안 파도소리 저리가라 할 정도로 웅장하고 장엄했다.

다행이 표지석 있는 곳에는 바람이 심하게 불지 않아 텐트를 쳤음에도 밤새 텐트가 강풍에 날아갈듯

펄렀였다.

밤하늘에는 새끼손톱 만한 초생달과 별들이 반짝반짝 하늘을 수놓고 있었는데 추워서 오래 볼수는

없었지만 아주 뷰리풀한 자연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거친 바람파도 소리에 거의 잠을 못이루었다...ㅠㅠ

그래도 태양이 뜨니 바람도 다소 잦아지며 새로운 생기를 불어 넣어주었다.

 

백운산 표지석이 나의 방패막이 되어 주었다.

고마운 표지석...

 

오늘 남은 거리는 도상거리 15km(실제거리 20.5km) 정도로 만만치 않다.

오늘도 무탈히 목적지인 육십령까지 갈 수 있도록 마음속으로 기도해본다.

오전 7시경 출발...

 

싱그러운 아침햇살과 서늘한 바람 그리고 상쾌한 공기... 발걸음이 가볍다..

 

나의 발걸음을 지켜봐주는 식물들... 만나기가 무섭게 뒤돌아서야 하지만 뭐 그것이 자연의 법칙이

아니겠는가... 

 

저 멀리 산능선들이 오늘 내가 가야할 길인듯.....

 

근데 내가 가야할 곳은 어디인가....

 

이곳인가 저곳인가.... 알수가 없구나

가고 가고 또 가다 보면 나오겠지....

지금은 비록 헷갈리고 알수 없는 길들이지만...

언제가는 그 끝을 볼 날이 있겠지...

안 보이는 길을 보려고 고생하지 말고 그곳에 가서 보면 모든게 환하게 보이겠지...

 

출발한지 40여분 만에 만난 반가운 이정표...

지금 온만큼만 가면 영취산이 나오는구나... 어여 가자...

 

아직은 쌩쌩한게 컨디션이 괜찮다.

 

백운산에서 1시간쯤 왔을때 만난 전망 좋은 곳 표지판...

근데 왜 우회를 하라는 거지...^^;

 

동네 뒷산 같은 산길이 계속 이어진다. 

 

앗... 이것은...

누군가 이곳에서 불을 피운 흔적.....

평평한 공터에서 누군가 야영하며 근처에 나뭇가지를 모아 불을 피운듯 하다.

불 나면 어쩌려구 이런 무모한 짓을.... 이곳은 바람도 세차게 부는 곳인데...

 

출발한지 1시간 20여분만에 도착한 선바위고개....

영취산이 얼마남지 않은듯 하다.

 

해발 1,075m의 영취산...

산세가 신령스럽고 빼어나다는 뜻의 영취산은 불교의 성지 고대 인도 마가다국 수도 왕사성에 있는

산에서 따온 이름이다.

호남과 충남의 산줄기를 이어주는 금남호남정맥의 출발점이자 섬진강, 금강, 낙동강의 분수령으로

행정구역은 전북 장수군 번암면과 경남 함양군 서상면이다.

 

영취산 표지석 부근에 있는 내용 없는 안내판 앞에서 금속면에 비춰지는 내 모습을 담아 보았다. 

 

오늘의 목적지 육십령이 12km정도 남았다.

 

이번 3구간에서 가장 자주 만나는 익숙한 풍경이다.

이 식물의 이름을 잘 모르겠으나 이런 길들이 종종 나타났다.

 

2시간 30분 거리에서 만난 이정표... 이곳이 아마도 덕운봉인 듯 하다.

오색 안내 리본들이 바람이 나부끼며 길안내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고마운 이정표, 안내리본, 그리고 소나무....^^

 

산기슭 사이로 자욱한 안개....

날씨가 흐린게 길을 걷기엔 좋은데 비가 올까 좀 불안한 느낌이 든다.

 

타는 목을 칡즙 한팩 꺼내어 달래 본다.

이 산 곳곳에도 칡들이 많을텐데... 잠시 쉬면서 원기 회복 중....

 

멀리서 보는 산의 모습도 멋지지만 산속에서 바라보는 산세도 참으로 아름답다.

무엇보다 이런 장면은 직접 와보지 않은 사람들은 알수가 없는 것일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