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백두대간 3구간5(덕운봉~육십령)

강가에버드나무 2013. 4. 29. 22:05

저곳이 내가가야할 산 능선들이다.

가고가고 가다 보면 도착할 육십령이 저 멀리 보이는 듯 하다. 

 

저 멀리 평지가 보이고 마을들이 보이는 듯 하다.

하늘엔 구름이 자욱하고 선선한 바람은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

 

백운산을 떠나온지 3시간이 흘렀다.

설설 힘이 들기 시작한다.

 

그야말로 산능선 위로 구불구불 나있는 종주길이다.

 

육십령이 아직도 9km 남았다. 아니 9km 밖에 남지 않았다.

이 길도 얼마후엔 끝이 나겠지... 우리네 인생이 그런 것 처럼...

 

나의 종주길을 환영 주는 식물들이 일렬로 나란히 서서 나와의 스킨쉽을 기다리고 있다.

가면서 일일이 다 스쳐지나가려고 노력은 하는데 혹여나 나의 손길이 미치지 못한 식물들은

대신 다음 사람을 환영해 주시게...^^

 

하늘이 꾸물꾸물 한게 아무래도 비가 한바탕 쏟아질 기세다.

아직 육십령까지는 한참 더 가야하는데... 에고 부지런히 걸어야 겠다.

 

쩝... 아니나 다를까 심상잖던 하늘에서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여 잽싸게 배나 커버 쒸우고

나도 우의 뒤집어 쓰고 보조 가방에도 레인커버 씌웠다.

뭐 좀 불편하기야 하겠지만 그렇다고 못갈쏘냐...

 

백운산을 출발한지 4시간이 흘러 현재 시각 오전 11시경...

비가 와도 배는 고프니 더 쏟아지기 전에 얼렁 배 좀 채우자....

이번 산행 행동식으로 준비해온 빵류가 아주 유용했다.

다음 산행에도 꼭 빵을 사와야겠다.

 

비도 오는데 밧줄구간이라...ㅠㅠ

 

오늘의 난코스 깃대봉(구시봉) 가기전 민령이 얼마 남지 않았다.

으쌰~ 힘을 내자. 다행이 비도 조금 오다 그쳤다 한다.

 

산속에서 바라보는 산들의 모습 참 아름답다.

저멀리 강줄기, 인가들, 산의 모습 그 조화의 결정체가 바로 사람사는 마을임을 새삼 깨닫는다.

 

배경이 멋져서 찍은 사진이지만 팔길이의 한계로 내 얼굴만 크게 나왔다.

쩝... 셀카의 어쩔 수 없는 한계다.

 

드디어 민령에 도착... 이곳에서 임도로 가면 대곡리로 빠져 나갈 수 있는거 같다.

 

국유림대부지경계가 무언가 잘 몰랐는데 알고보니 산림청에서 국민경제에 도움을 주고 국유림의

효율적인 활용을 통해 국유림의 가치를 높이고자 국민에게 빌려주는 것이라고 한다.

쩝... 나도 좀 빌리고 싶네... 국유림...

 

안개 자욱한 저 너머로 이름 모를 산능선들이 한편의 수묵화 뒷배경처럼 아련히 펼쳐져 있다.

 

깃대봉(구시봉)에 가까와 질수록 안개가 자욱해서 불과 몇십미터 저쪽이 보이지 않을 정도이다.

 

저 아래서 보이던 깃대봉 가는 능선길이 안개로 뒤덮여 한치 앞이 보이지 않는다.

안개가 바람에 날려 산능선을 타 넘어 가는 모습은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거 같다.

 

산능선을 타넘어 가는 안개바람의 한가운데 서서 셀카 한장 찍어 본다.

언제 또 이런 장면을 담아 보겠나.

어릴적 소독차 뒤를 쫒아가는 것처럼 사방이 안개에 푹 젖어 있다.

 

드디어 깃대봉(구시봉)에 도착하였다.

저 멀리서 부터 보이는 국기봉...

이곳이 왜 깃대봉인지 알수 있게 해주는 상징물이다.

누군가의 후기에서도 읽은 적이 있는데 진짜 국기봉은 있는데 국기가 없었다.

이거 왜 만들어 둔걸까...

 

해발 1,014.8m의 깃대봉(구시봉)은 신라와 백제의 국경지대로서 그 아래 주둔하고 있던 군사들이

기를 꽂았다고 하여 깃대봉이라 불렀었으나, 옛날 한 풍수가 이 산에 올라 산의 형태가 구시형이라

하여 2006년 1월 6일 구시봉으로 지명이 변경 되었다고 한다.

이 봉우리의 동쪽은 주상천을 통해 낙동강으로 서쪽은 장계천을 통해 금강으로 물이 흐른다고 한다.

 

이제 육십령까지는 불과 3km정도 남았고 내리막 길이다.

그래도 방심하지 말고 마지막까지 안전하게 하산해야 한다.

 

깃대봉 바로 아래 있는 깃대봉 샘터...

이곳에는 물이 수돗물을 틀어 놓은 것처럼 줄줄 잘도 나왔다.

백두대간 종주길에서 처음 만난 마르지 않은 샘터다.

 

이번 산행에서도 나무들이 벼락을 맞았는지 바람에 꺾였는지 하여간 많이도 부러져 있었다.

저렇게 무참히 부러진 나무들이 가엾기도 하고 그것도 자연의 법칙이니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

순리라 축복할 일인가 싶기도 하고 하여간 자꾸 쓰러진 나무들이 미래의 나의 모습은 아닐까 싶어

남의 일 같지 않은 느낌이었다.

 

쩝... 지압 등산로라... 이건 뭐 동네 뒷산도 아니고 백두대간 길에 이런 안내판을 보게 될 줄이야...

이런 곳에 진짜 지압하러 오는 사람들이 있으려나...ㅋㅋ

 

휴양림도 그냥 휴양림이 아닌 산삼 휴양림... 산삼들이 쉬는 곳이라는 의미인지 휴양림의 이름이

산삼이라는 건지... 알쏭달쏭하다.

어쨌든 이곳 분위기로 봐서는 산삼이 있을 법도 하다.

 

주변 나무들과는 좀 달라보이는 다문화 나무 한그루가 홀로 쓰러져 있다.

에고... 불쌍혀라...

 

내려올수록 점점 동네 뒷산같은 느낌이 강한 산길이 이어진다.

 

산행의 끝이 보이기 시작하니 몸은 힘들지만 마음은 편해지고 있다.

얼굴 표정도 환하지 않나...

 

백운산을 출발한지 6시간 30여분이 지났다.

육십령에 거의 가까와진거 같아 가지고 있던 식수를 한병만 남기고 모두 바닥에 버렸다.

어떻게든 무게 좀 줄여보려고...

 

조기 아래로 비닐하우스가 보인다.

농가가 가까운 곳에 있다는 증거... 결국 목적지에 가까와졌다는 거겠지...

 

저것은 혹시 인삼밭...

지키는 사람도 없고 누가 싹쓸어가면 어쩌나...

 

육십령 휴게소를 알리는 이정표가 나타났다.

이제야 끝이 보인다.

 

이번 산행의 처음이었던 복성이재에서도 무덤가에서 시작했는데 산행의 마지막도 역시 선조님들의

무덤가에서 끝나는 듯 하다.

역시 선조님들이 보우하사 무탈히 산행을 마칠 수 있는거 같다.

 

육십령 휴게소에 세워져 있는 충령비...

6.25 전쟁 직후 국군 8사단, 11사단, 수도사단에서 덕유산지구 공비토벌을 위하여 작전을 수행하다

산화한 국군영령들의 혼을 기리기 위해 세운 것이라 한다.

호국영령들이여 고이 잠드소서...

 

육십령 휴게소 부근은 온통 공사 자재들로 뒤덮여 있었다.

백두대간 마루금(육십령) 생태축 복원사업의 일환으로 터널 위의 길을 연결하고 있는 듯 하다.

 

드디어 도착한 육십령 휴게소...

앗... 그런데 내부수리 중이라고 문을 닫았다...ㅠㅠ

 

휴게소 앞에는 아주 멋진 누각이 저 아래를 굽어 보고 있었다.

나중에 4구간 시작할때 이곳에서 야영 후 출발해도 좋을 듯 하다.

 

그래도 마지막 지점이니 그럴듯한 곳에서 인증샷 한 컷...

 

터널 아래쪽으로 식당을 찾아 움직이다 보니 다음 목적지인 덕유산 방향의 등산로 입구 안내판을

만났다.

 

이곳이 육십령마을이고 다음 4구간의 출발지였다.

 

육십령 휴게소 아래로 바로 육십령 식당 매점이 있었다.

 

너무나 허기가 져 일단 돼지 주물럭을 시켰다.

아... 너무 맛나 보였다.

근데 지방에서 시킨 거 치고는 가격이 좀... 그래도 배고프니 패스...

 

이번 산행의 고난 정도를 보여주는 증거는 바로 장갑...

 

원래 자전거 탈때 사용하던 장갑인데 이번 산행을 마치고 이렇게 걸레가 되었다...

워낙 장갑의 상태도 안좋았던거 같은데 등산용 장갑으로 하나 개비해야겠다.

 

이렇게 나의 백두대간 3구간 종주 후기를 마친다.

3구간의 4~5편 후기는 다녀온지 거의 한달쯤 지나서 작성하다 보니 기억도 가물가물 그날의 느낌도 가물가물... 생각나는 것만 썼습니다. 양해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