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백두대간 4구간3(남덕유산~삿갓재대피소)

강가에버드나무 2013. 7. 13. 21:20

 

남덕유산 정상에서 월성재로 내려가는 길에 헬기로 떨궈둔 거 같은 보급 물자들이 보인다

 

아마도 길을 편하게 만들기 위한 자재들이겠지...

 

확실히 덕유산 국립공원지역이라 그런가 신경을 많이 쓰는 듯 하다

 

 

이번 구간에서는 많은 것과 없는 것이 있는데...

 

많은 것은 앞서 말한대로 파리떼이고, 없는 것은 안내리본이다

 

보통 백두대간 구간에는 안내 리본들이 곳곳에서 나부끼며 산객들이 길을 잃고 헤매지 않도록 안내해 주는데

 

이곳에는 저런 현위치 번호 표시기둥과 긴급 재난 비상용 이동전화 중계기들이 곳곳에 설치되어 있다

 

 

15:40분경 월성재 도착...

 

삿갓재 대피소 예약을 못했기에 내일 가야할 길을 생각하면 무룡산 정상 부근에서 야영을 해야하는데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

 

이미 1,500미터급 서봉과 남덕유산을 넘어 오느라 지쳤는데 1,400미터가 넘는 삿갓봉을 하나 더 넘어야 한다

 

삿갓재 대피소까지라도 갈 수 있을지...

 

 

월성재에서 삿갓봉 정상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만난 구조물 설치 현장...

 

 

아저씨들이 철제 계단 작업을 하고 계신다

 

안그래도 힘들어 죽겠는데 길이 아닌 곳으로 우회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그래도 이 계단이 완성되면 많은 사람들이 편하게 이용하겠지...

 

아저씨들 화이팅...^^

 

 

앗... 드디어 저 멀리 삿갓재 대피소의 지붕이 언뜻 보인다 야호~~

 

 

정말정말 포기하고픈 하루였지만 버티며 억지로 걷고 걷고 또 걸은 끝에 간신히

 

오후 5시 30분경 삿갓재 대피소에 도착하였다

 

헉... 근데 대피소에는 일명 국공파(국립공원 관리공단 직원)가 대피소를 예약하지 않은 산객들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고 이내 나를 보자마자 예약 했냐고 묻는다

 

예약 안했다고 하니 그럼 바로 하산하라며 다시 먼저 온 산객들과 실랑이를 벌인다

 

순간 막막해진 나는 정신차리고 마치 내려갈 것처럼 제스처를 취하면서 매점에서 식수를 구입하며 시간을 벌었다

 

 

아무렇지도 않은 듯 셀카도 찍으며 쉬고 있는 척 하며 계속 눈치를 살피고 있는데...

 

앗 대피소 예약자들을 안으로 들여야 할 시간이 되었는지 무룡산 방향으로 향하는 철문을 막고

 

서있던 국공파가 잠시 대피소 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순간 후다닥 배낭을 짊어지고 스틱이며 짐을 싸들고 냅다 튀었다

 

다른 산객들은 멍하니 나를 쳐다보고만 있었고 나는 마치 감옥에서 탈옥하는 죄수처럼

 

온 힘을 내어 뛰다시피 대피소를 벗어났다...^^; 

 

 

저기 보이는 곳이 무룡산이다.

 

당초 계획은 무룡산 인근 헬기장에서 야영하는 것이었지만 시간이 늦었고 몸이 천근만근 따라 주질 않아

 

대피소 바로 윗쪽에 있는 헬기장에 자리를 잡았다

 

 

삿갓재 대피소와 불과 몇 백미터 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이라 좀 불안하긴 했지만 전망은 좋은 곳이었다

 

 

먹구름이 주위를 휘감아 오고 있다

 

비라도 한바탕 내릴려나...

 

비오기 전에 숙영 준비하고 빨리 저녁을 먹어야 겠다

 

 

너무 멋진 곳에서 야영을 하게 되니 하룻동안의 피곤함이 그리 억울하지는 않았다ㅣ

 

 

이곳도 헬기장이라 평평한 바닥면에 텐트를 요령껏 잘 설치하였다

 

한밤 중에 헬기만 착륙하지 않는다면 비가 와도 바람이 불어도 별 문제는 없을 자리였다

 

 

벌써 18시가 넘어간다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먹을거리가 든 디팩을 열어본다

 

무얼 먹을까...

 

 

저녁은 라면을 끓이기로 한다

 

양은냄비에 라면을 끓이다가 계란을 한알 넣고 끓인 후 불 끄고 한알 더 넣어 풀어서 먹으니

 

지금까지 먹어본 그 어떤 라면보다 맛이 있었다

 

 

라면을 허겁지겁 먹고 정리하고 텐트 안으로 들어와 옷 갈아 입고 물티슈로 몸도 닦고 발도 닦고

 

매트리스 위로 철퍼덕 누웠다

 

지금 눈 감으면 내일 새벽까지 그냥 잘거 같다

 

그나저나 밖엔 빗방울이 떨어지고 있다

 

내일 산행이 다소 걱정된다

 

 

너무 피곤해서 자고 싶은데 소변이 마려워 비가 잠시 그친 틈에 나갔다가 그대로 산세를 휘감는 운무의 신비로움에

 

빠져 버렸다

 

산자락을 휘감고 도는 운무...

 

이런 장관을 나홀로 볼 수 없어 페북에 사진을 올린다

 

 

저녁 8시인데도 산능선들은 휘뿌연 운무 속에 그 자태를 뽐내고 있다

 

 

비 때문인지 안개 때문인지 텐트는 축축하게 젖어 들고 이제는 자야겠다

 

다리에 알이 배긴듯 한데 내일도 17km 정도 걸어야 하니 걱정이다^^;

 

 

새벽 5시가 조금 안된 시간...

 

숙영지에서 바라본 주위 풍경은 어제 저녁과는 또다른 멋진 절경을 이루고 있었다

 

운무를 가득 품은 산 정상의 모습은 마치 운해를 보는 듯 하다

 

 

저 멀리 어딘가로부터 일출의 기운이 스멀스멀 지펴 오르고 있다

 

 

 

주변 경관을 파노라마로 돌려서 찍어 보았다

 

 

참으로 멋진 절경이 아닐 수 없다

 

 

백두대간 산행 중 최고의 경관을 자랑하는 야영지가 아니었나 싶다